▲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 2010년 11월 23일 저녁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전 대처에는 무능했고 사후 대처는 더욱 한심했다. 국민들 속에 회자되었던 '청와대 벙커 논란'이 그 때문이었다. 연평도 포격이나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사건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일단 청와대 벙커 안으로 들어가 대책 회의를 한다는 요란을 떨었다. 그리고는 공군 점퍼를 입고 나와 별다른 대책도 없이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강력 비판만 했다. 대통령은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도 없이 국방부 대변인같은 소리만 늘어 놓았다. 안보 무능 정권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국정원과 경찰 그리고 검찰과 법원에 대한 개혁 역시 문재인 정부가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금번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국정원과 경찰을 둘러싼 중대 의혹은 반드시 그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들 기관이 보여준 이해하기 어려운 부정선거 의혹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방치할 수 없는 개혁 대상임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하에서 이뤄진 이들 기관에 대한 일련의 개혁 조치가 불과 5년 만에 '구태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노력해왔던 개혁 처방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사회 전 분야에서 개혁되고 바로잡아야 할 것들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언론의 자유 역시 지난 5년간 끊임없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문제였고,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복지 문제 역시 이제는 논쟁을 뛰어 넘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 구체적 실천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 강정마을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위시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역시 반드시 문재인 정부가 선결해야 할 오래된 과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치유하느냐가 바로 '선택받지 못한' 박근혜 후보와 당선된 문재인 후보의 차이라고 나는 본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을 꿈꾼다당선의 기쁨은 최대한 짧을수록 좋다. 대통령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며 지난 22일간 국민들에게 절박하게 호소했던 그 모든 '말의 빚'을 실천으로 갚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말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나는 주옥 같이 아름다운 이 말에 감동했다. 이런 아름다운 말을 선거 구호로 쓰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를 만났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바랐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지지할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문재인 후보는 이제 후보가 아니라 당선자가 됐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문재인을 당선 시키기 위해 헌신한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들과 함께 문재인 후보에게 요구한다. 스스로 약속한 '말의 빚'을 갚아 달라.
따라서 2013년 2월 25일,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재인 후보의 5년 임기 동안 끊임없이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국민들을 상대로 한 '말의 빚'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나는 감시할 것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에게 우리 국민이 바라는 점은 하나일 것이다. 지지자를 실망 시키지 마라. 2012년 12월, 역대 사상 최악의 한파가 닥쳤다는 12월 19일 대선에서 길게 줄을 서서 투표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된다. 투표를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우리는 말했다. 또한 투표가 권력을 이기며, 투표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회복시킨다고 말했다.
'말의 빚'은 문재인 당선자만 진 것이 아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격을 담보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호소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문재인의 당선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온 이들에게 문재인 당선자가 줄 수 있는 선물은 하나다. 퇴임하는 그날, 국민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이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요구에 화답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을 우리는 갖고 싶다.
자신이 약속한 말의 빚을 갚고자 노력하는 대통령. 국민이 살아가는 힘겨움을 안쓰럽게 여기며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마음으로 진심을 다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원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 한사람도 억울한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 혼자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한쪽 어깨를 내주는 대통령. 주저앉아 울부짖는 누군가의 눈물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대통령. 이제 우리에게 그런 대통령이 다시 한 명 더 나타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당선자가 마음속에 꼭 담아두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뼈 있는 말을 남긴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사비를 털어 헌신적으로 뛰었던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나 그 당선의 기쁨이 오직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개인의 영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위해 희생한 모든 이들과 또한 당신의 당선이 대한민국의 진짜 행복한 미래를 위한 모두의 승리가 돼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그런 사람이라고 믿기에 저는 당신의 당선을 위해 오늘도 뜁니다."앞으로 5년이 지난 2018년 2월 24일. 5년간의 대통령직을 마치고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의 빚'을 다 갚고 자신의 고향 거제로 돌아가는 날, 환송하는 무리속에 섞여 힘찬 박수를 치는 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아름다운 날이 오느냐, 아니면 대통령의 악수를 국민이 거부하는 또 다른 퇴임자의 길을 걸을 것이냐' 하는 것은 이제 문재인 당선자의 몫이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성공한 대통령 '문재인'의 앞날을 기대한다.
끝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