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가좌산에는 구간별로 주제가 있다. 청풍길, 대나무 숲길, 어울림 숲길, 물소리 쉼터, 맨발로 황톳길, 고사리길. 사진은 청풍길.
김종신
"골라(걸어) 가이소."입구에서부터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는 내게 70대 노부부가 어느 쪽으로든 좋다고 말한다. 내가 망설이는 곳은 경남 진주시 가좌산 걷기 좋은 길이라는 선간판이 서 있는 가좌산 등산로 입구다. 왼편으로 가면 '청풍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곳이지만 오른쪽으로 길을 잡았다.
지난 18일, 조금 전에 아내를 내려주고 나는 곧장 여기로 왔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가좌시험림남부산림연구소 수목원이 있는 옆길로 올랐다. 차 하나와 사람이 넉넉히 지나가도 될 정도의 넓은 임도가 나온다. 양옆으로 각종 나무 이름들이 서 있다. 살아있는 나무도감이다.
합다리나무, 참중나무, 자구나무, 종비나무, 삼나무, 화백, 편백, 잣나무,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일본전나무, 구상나무, 비자나무, 신나무, 사람주나무….
나무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올라가는 길은 재미나다. 소나무라는 한 조상에서 나온 소나뭇과 나무들만 살펴보기도 하고 재미난 나무 이름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혼자 걷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의사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가래 삭이는 데 효험이 좋은 '무환자나무'가 저기 있다. 나도 좋아하고 우리 집 막내도 좋아하는 '돈'. '돈나무'도 보인다. '돈나무'를 원래 제주도 사람들이 '똥나무'(똥낭)이라고 부른다. 꽃 지고 나면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묻어 겨울에도 파리를 비롯한 곤충이 많이 찾아서 '똥낭'이라고 했단다. 이 '똥나무'를 이 관상수로 개발한 일본사람이 '똥'을 '돈'으로 잘못 알고 발음하여 '돈'나무가 됐단다. 돈에서 똥냄새가 나는 이유인지 모른다. 또한 '똥나무'란 거북해 순화하여 '돈나무'가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