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 한명숙 전 총리(사진 왼쪽부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남윤인순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참석해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와 민주진보진영의 집권을 촉구하며 '혁신'과 '통합'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벌써 2년 전 일이 됐습니다. 2011년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가 주도했던 야권 대통합 추진모임 '혁신과 통합'은 그해 9월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평소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던 시민운동가들이 나섰으니 앞으로 한국정치에 꽤 많은 변화가 올 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당시 만해도 정치에 몸을 담그지 않았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영화배우 문성근씨(국민의 명령 대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남윤인순 한국여성연합 대표, 이학영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등 내로라하는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전격 참여했지요.
국회와 정당을 출입하는 기자인 터라 가끔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들은 한국정치 안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는데, 아마도 그런 질문은 우리 정치 안에서 그분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당시 혁신과 통합은 연합정당 모델을 제시하면서 통합 이후 각당의 정체성을 보장하고 집권 이후에는 연합정부를 구성한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선 전부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그 당시엔 이 같은 논의가 매우 활발했지요.
8 : 2의 기울어진 운동장...보수와 진보의 균형은?2년 전에도 한국정치의 화두는 '혁신과 통합'이었습니다. 이념지형이 8 : 2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추려면 제대로 된 야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성정당인 민주당의 혁신이 요구된다, 또 혁신된 민주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확대되려면 더 많은 세력이 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 주된 논의들이었죠.
무엇보다 한국사회 새 정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가지 과제가 수반돼야 한다고 판단한 이들은 혁신과 통합으로 세력화 한 뒤, 시민통합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띄웠습니다.
시민의 바다에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그들은 2012년 4월 총선을 석달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1.15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당원 12만명, 시민 65만명 등 77만명으로 구성된 정당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의 참여로 대표에 선출됐지요.
한 국가에서 야당 대표를 뽑는데 약 80만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일각에선 '친노세력'이 떼로 참여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100만 규모의 시민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정집단의 어떤 몰이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토록 힘을 몰아 탄생시킨 민주통합당은 1년 만에 닻을 내렸고 민주당으로 개명했으며 당원중심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졌고, 대선에서도 패배했습니다. 국민들은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제1야당의 현주소를 지난 1년간 '멘붕'인 채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답답한 이들은 민주당에 욕설을 퍼붓고, 아무리 욕한들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민주당 곁을 떠났으며 혹자는 아예 정치무관심층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로 너무 아프면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막장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