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목회자들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목청

18대 대선 1주년 맞아 19일 저녁 시국기도회 열어...수원 시민단체 등도 시국선언

등록 2013.12.20 16:32수정 2013.12.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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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역 개신교 목회자들로 구성된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경기지역 개신교 목회자들로 구성된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김한영

"부정선거는 무효다!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지난해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2·19 대선' 1주년을 맞아 경기지역 목회자단체와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잇따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지역 개신교 목회자들로 구성된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경기지역 목회자들은 지난 10월 27일 수원 권선동 갈릴리교회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한 바 있으나 '거리 시국기도회'를 통해 대선 무효와 정권퇴진을 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목회자와 신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퇴진' 등의 손팻말을 든 참석자들은 촛불을 밝히고 찬송과 기도를 이어갔다.

이형호 목사의 집례로 1시간 넘게 진행된 시국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은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마태복음 15:14)라는 성서 구절을 인용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작년 12월 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명백한 불법·부정선거"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으로 촉발된 부정선거 의혹은 이제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진실이 돼 버렸다"면서 "국정원을 비롯해 다수의 국가기관이 선거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선택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은 불법과 부정을 감시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법·부정선거의 증거를 축소·조작·인멸하는 등 국민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힘써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목회자들은 "이에 각계각층의 양심 있는 국민들이 부정선거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으나 정부·여당은 오히려 시대착오적 '종북몰이'에 열을 올리면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심지어 종교인들이 행한 예언자적인 선포에 대해서도 '종북' '빨갱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 저들에게 진실규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임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들은 부정선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부정선거 결과를 통해 취임한 대통령,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 국민을 겁박하고 민주주의 수레바퀴를 유신시절로 되돌리려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일 수 없다"며 "피와 눈물로 가꾼 민주주의를 짓밟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에서 박영모 목사가 설교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에서 박영모 목사가 설교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김한영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영모 목사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다.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영모 목사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다. 김한영

"평양은 핏빛으로 물든 성읍, 대동강 물에 피가 가득"


이들은 또 "불법·부정선거를 사실상 주도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유린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종북몰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뒤 "박 대통령의 사과와 사퇴가 관철될 때까지 어떤 고난의 길도 마다하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국기도회에서 칠순의 박영모 목사는 '피의 성읍(고을), 불의의 성읍'이란 주제의 설교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의 숙청작업'을 빗대 "우리의 반쪽 땅 북쪽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서 참으로 야만적인 집단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마디로 평양은 핏빛으로 물든 성읍이다, 대동강 물에 피가 가득하다"고 일갈했다.

박 목사는 또 "국정원·국방부·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동원돼 국민 여론을 왜곡하는 부정선거를 통해 세워진 이 땅의 박근혜 정권은 불의의 정권"이라며 "북쪽이 피의 성읍이라면 남쪽은 불의의 성읍이며, 우리 한반도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 남·북쪽 모두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더욱 안타깝고 심각한 문제는 북쪽의 독재와 다를 바 없는 유신독재를 찬양한 잔당들이 이 정권의 핵심세력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며 "'유신공주'가 대통령이 되고 유신헌법을 초안한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유신시대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은 북쪽을 비난할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신뢰·정직을 강조하면서 전태일 열사 기념관과 지학순 주교 무덤을 찾고 장준하 선생 가족을 만나고 해서 믿었으나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팀장을 찍어낸 것을 보고 분노했다"며 "오늘 이 작은 촛불이 횃불로 타올라 이 정권의 비양심적인 가슴을 태우는 큰 불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자리 앞에 촛불을 밝힌 채 기도하고 있다.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자리 앞에 촛불을 밝힌 채 기도하고 있다. 김한영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수호 통합진보당 강제해산반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수원역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무효,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수호 통합진보당 강제해산반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한영

"'종북몰이' 마녀사냥, 박근혜 정부 민낯 보여주는 것"

우규성 목사도 기도를 통해 "주여, 국가기관이 동원된 부정선거로 당선됐음이 온 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조금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박근혜의 가슴에 사람이면 지녀야 될 마땅한 양심을 불어넣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시민으로서 훌륭한 자질과 소양을 기대하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헌신적인 좋은 대통령의 모습도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냥 사람이면 지녀야 할 상식과 도덕과 양심을 갖게 하며, 본인이 왕정국가의 여왕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임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눈을 열어 자신들이 저지른 수많은 죄악들을 보게 하고, 그의 귀를 열어 안녕하지 못한 백성들의 신음소리를 듣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지난 18일 다산인권센터·민주노총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수원지역 51개 시민단체와 노동·종교단체, 정당 등도 수원역 광장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당신들은 민주주의를 이길 수 없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을 동원해 치른 지난 대선 과정의 불법행위들은 박근혜 정부의 합법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반증한다"며 "1960년 3·15부정선거 이후 최악의 관권 선거가 밝혀지고 있음에도 정부와 새누리당과 검찰·경찰은 사건을 축소·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신껏 수사를 지휘했던 사람들은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비판하는 단체와 사람들에 대해서는 '종북'으로 몰아세우며 마녀사냥을 일삼고 있다"면서 "이는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부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괴롭히고, 낙인찍고, 편 가르는 혐오와 폭력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유린하지 말고 관권 부정선거와 총체적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경기 목회자 #박근혜 #시국기도회 #국정원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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