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김준호
코코엔터테인먼트
유재석은 2003년부터 <해피투게더>를 진행했고 2005년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8년 동안의 무관. 많은 그의 팬들이 2013년 유재석의 대상을 기대했던 것은 그가 맡아온 이 1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다. 비록 주말 버라이어티는 아니지만, KBS의 간판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세월과 경력에 대해서는 김준호도 할 말은 있다. 1999년 <개그콘서트>가 태어난 이래, 한 세기가 넘어갈 때까지 14년의 세월 동안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버텼다. 물론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개그콘서트>의 프로그램 특성상, 김준호 단 한 명이 주는 무게감은 유재석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김준호는 신진 개그맨들을 만들어내는 팜(farm)의 역할을 자처하며 계속해서 회사에 인재와 코너를 공급해주는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라는 강점이 존재한다. 소속 연기자들을 외부에서 관리하고 트레이닝시켜 실전에 배치시키는 KBS와의 공생. 그리고 이러한 강점은 현재 KBS 예능국에서 가장 큰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서수민 CP와의 신뢰관계로 이어졌다는 것은, 그가 올해 대상 수상이 매우 유력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김준호가 가지는 또 다른 강점은 그가 지닌 코미디에 대한 강력한 자부심과 열정이다. 자신의 코미디에 대한 철학을 동료들과 함께 책으로 출판하거나, 그 누구도 선뜻 손 대지 못했던 '코미디 페스티벌'을 추진하며 후배들을 끌어가는 그의 리더십과 감각은 유재석이 지니는 리더십과 좋은 비교대상이다. <개그콘서트>가 대상을 받아야 하는 한 명을 고르라고 했다면, 그 한 명은 단연 김준호다.
어수선했던 2013년, KBS 변화의 바람앞서 언급했든 2013년 KBS 예능은 MBC와 케이블과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 한때 자신들의 식구였던 이명한 CP와 나영석 PD.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성공을 먼발치에서 쳐다보는 그들의 심정을 어땠을까. MBC <일밤>에 화려한 부활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한도전>을 쳐다보며, 새로운 콘텐츠도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시청률표 빈 여백에 그들은 무슨 기획안을 끼적였을까.
고작 생각해냈다는 것이 <꽃보다 할배>에 아류작이라 비난 받은 <마마도>를 런칭하거나, <아빠! 어디가?>와 비슷한 포맷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부랴부랴 기획하거나, <진짜사나이>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근무 중 이상무>를 파일럿으로 내놓는 게 다였다.
결국 이번 KBS 연예대상은 지난 1년간 공적에 대한 논공행상의 성향보다는 2014년 새롭게 치고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의 추진력에 힘을 실었다. 허경환보다는 존박에게. 박명수보다는 차태현에게, 유재석보다는 김준호에게 더 힘을 실었다. 행보에 관해 격려하는 분위기의 주요 시상은 전통적으로 그래왔던 <개그콘서트> 멤버들의 '코미디 부분'과 여자 최우수상 <해피투게더> 박미선의 수상 정도다.
과연 KBS는 어수선했던 2013년을 털어내고 새롭게 예능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유재석이 아닌 김준호에게 대상을 안겨준 그들의 선택에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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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김준호가 '해투' 유재석에게 승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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