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변호인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인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대선 개입 진상규명과 철도민영화 계획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는 비상한 국면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거리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성호
"종북! 웃기네!! 민영화! 웃기네!!"
"말이 안통하네뜨! 방 빼!!"변호사들이 법정을 벗어나 거리로 나섰다. 28일 오후 2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소속 변호사 120여 명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변호사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집회를 열고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했다. 민변이 사회 활동에 전극적이기는 하지만 1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모여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 남북정상회담회의록 무단공개,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 등을 규탄하며 공안 통치를 중단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민변 회장 장주영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에서 양심수를 변론하는 변호사의 모습,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변호사의 모습을 보았는데, 이 모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오히려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면서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선거개입,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노동 기본권이 탄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치는 민변의 활동이 기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변호사의 사명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면서 "오늘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강서 신부는 지지발언을 통해 "민주주의의 후퇴는 이 땅의 가장 약한 사람들, 힘 없는 사람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면서 "20일째 진행 중인 철도노조의 파업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이 땅의 막강한 공권력이 민주노총을 침탈한 사건들이 버젓이 대낮에 벌어져도 '이래서는 안된다', '이것은 과거 독재정권이나 하던 일이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가장 약한 사람들의 처지를 자신의 처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쟁취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변 변호사들이 이 자리를 지키고, 민주주의 회복의 결의가 이 땅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민변은 "지난 18대 대선은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 아래 치러진 불법·부정 선거였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헌정문란 행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순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은 김기춘이 이끄는 청와대와 남재준이 이끄는 국정원이라는 쌍두마차를 전면에 내세워 이러한 내외의 목소리를 '종북'과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뭉개고 무자비한 탄압의 칼날을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특별검사 임명을 통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실상과 은폐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과 국민을 겁박하고 탄압하는 공안 통치를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민변은 "박근혜 정권이 민주주의의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공안통치의 칼을 들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길을 고집한다면 끝내 박근혜 정권은 광야를 불태우는 들불과 같은 온 국민의 저항에 봉착하여 사필귀정의 철퇴를 맞게 될 것임을 경고해둔다"고 밝혔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집회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집중 집회가 예정된 시청 앞 광장까지 플래카드를 든 채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