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유대인 관점에서만, 아쉽네

[서평] 랍비 조셉 텔루슈킨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

등록 2013.12.28 18:40수정 2013.12.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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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

책겉그림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 ⓒ 북스넛

나치의 대학살, 이른바 '홀로코스트'를 기억하시죠? 히틀러 독재 체제 속에서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당한 것 말이죠. 역사는 기억을 통해서만 새 역사를 쓴다고 하는데, 유대인들은 과연 그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징벌로 여기지 않을까요? 남 유다가 바빌론에 의해 70년 동안 포로생활을 한 것도 하나님의 징계였으니 말이죠. 신앙심이 두터운 유대인들은 그 사건을 아마도 그렇게 생각지 않을까요?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그 책임을 그들의 후손들이 되받는다고 말이죠.


그런데 또 다른 생각도 없지는 않겠죠? 이른바 '기독교인들의 침묵'이 그 일을 동조한 꼴이라고 말이죠. 그 당시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로 이송될 당시 그 현장을 도망쳐 나온 가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슬로바키아 대주교를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는데, 그 주교는 그날이 주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애절한 호소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전쟁이 끝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로마 교황청 고관들은 나치들이 남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로 탈출할 때 그들을 도왔다고 하죠. 그 탈출자들 가운데는 백만 명의 유대인 가스실 대학살을 지휘한 '프란츠 슈탄글(Franz Stangl)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랍비 조셉 텔루슈킨의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유대인이 어떻게 유대인다운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92가지 질문과 그 답변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물론 그 혼자만의 주장을 기록한 게 아니라, 그의 개인 서재에 있는 3500권의 유대 서적에 표시해 둔 문단들을 재인용하여 발췌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나님! 바로 옆이 아우슈비츠인데 어떻게 여기에 계실 수 있습니까?… 유럽 전역에서 당신의 아들과 딸들이 불에 타 죽고 있을 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내 훌륭하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음의 행군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내 누이들과 형제들은 언제 대학살의 희생양이 되었습니까?(344쪽)

이는 1979년 대학살 생존자인 야파 엘리아크(Yaffa Eliach)가 아우슈비츠 옆에 있는 회당에서 고백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카터 대통령의 유대인 대학살 진상 규명 위원회의 자격으로 말이죠. 그것은 곧 하나님이 홀로코스트를 방관하지 않았느냐는 의견을 개진하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런 관점을 지닌 유대인들도 없지는 않겠죠? 정말로 하나님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홀로코스트를 방관할 수 있겠냐고 말이죠.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 책에도 밝히지만, 유대인들 가운데는 하나님과 토라를 신실하게 따르는 유대인도 있고,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유대인도 있고, 오직 짐승처럼 사는 유대인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모든 유대인이 모든 유대인이 아닌 셈이겠죠? 더욱이 홀로코스트를 하나님의 징계로 받아들이는 유대인이 있는가 하면, 그 책임을 기독교인들에게 돌리는 유대인들도 있겠고, 히틀러 개인의 만행으로 여기는 유대인들도 없지 않겠죠.


이 책이 중요한 것은 유대인을 지탱케 한, 유대인들의 역경을 극복한 그 배경에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는 점이죠. 이 책은 유대인들의 성과 사랑, 낙태, 원수 문제, 종교의 필요성, 기도의 법칙, 정의로운 재판, 반유대주의, 친유대주의, 아이히만 재판의 쟁점, 시온주의자들의 견해 등등 다양한 유대주의 관점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책은 오로지 친유대주의 관점에서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아니, 유대주의 관점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어리석은 일들은 드러내놓고 있지 않으니 말이죠.

일례로 모세오경에 기록된 율법조문들을 613개의 항목으로 나눈 학자가 중세의 '마이모니데스'(Maimonides)라고 하는데, 그것을 11개의 실천원리로 정한 성경이 시편15편 1-5절 말씀이고, 그것을 6개의 윤리적 원칙으로 요약한 게 이사야 33편 15절 말씀이라고 하죠. 또 그것을 2개의 원칙으로 요약한 게 이사야서의 말씀이라고 하죠.

"공의를 지키고 정의를 행하라"(이사야 56:1)

그런데 과연 유대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공의를 지키고 정의를 행하고 있는지, 새삼 곱씹어 보게 됩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오늘날 미국의 군사정치경제문화 등 그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게 유대인들이라고 하니 말이죠. 그들의 어긋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기록하고 있지 않으니, 어쩌면 이 책은 순진한 유대인의 관점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죠?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

랍비 조셉 텔루슈킨 지음, 김무겸 옮김,
북스넛, 2013


#유대인 #랍비 조셉 텔루슈킨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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