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도쿄에서
소형석
바다 건너 도쿄에서 권력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동지진의 여파로 사회적 긴장감이 여전할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과 영토 분쟁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초강수를 뒀다.
북에서 김정은이 일가친척 나잇살로 까부는 장성택을 정리했다고 연일 열을 올리는 와중에 단번에 모두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다.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군말 않고 따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대다수 일본인조차 그들 우두머리의 파격적인 행보에 놀라움 반 두려움 반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의 호흡이 잦아들 무렵 그게 어디든 사회적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총리 아베의 뜻에 따라 일본 국민들은 특유의 민족성을 발휘하며 하나로 뭉칠 것이다. 그 방향이 옳든 말든 상관없이 사무라이 정신, 가미카제 특공대 정신으로 일치단결하는 확고부동한 면모를 과시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13년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 현 일본 총리는 섬나라 국민에게 탁월한 산삼 한 뿌리를 정성껏 달여 먹여 놓았다. 먹기 전에 싫다고 의사 표현을 해도 일단 삼키고 나면 그 맛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강력한 메시지를 일본 전역에 확실히 뿌려 놓았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의 절규로 침체된 경제, 급격한 고령화, 어디서 뭔지를 하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젊은이들로 덧씌워진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충분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대론 곤란하다, 원로 정치인들의 명을 받들어 개인적 소신일 뿐이라는 애매모호한 변명으로 모두가 원치 않는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일본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픈 약발 좋은 산삼으로 한 나라 수장의 완장을 차고 대중매체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완수했다. 그로 인해 지난날 야스쿠니 신사를 차지한 이들에게 시달린 인근 나라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안겨 줬다.
앞으로 한국 중국 아세안 국가들은 튼실한 산삼 한 뿌리 그대로 우려낸 보약 한 사발 그윽하게 마신 일본 국민들의 행태를 낱낱이 살펴야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지만 또다시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원하는 대로 거리낌 없이 행동한 섬나라 정치인들의 꼼수에 이웃 국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아베 총리는 내년 국방비 예산을 우리 돈으로 50조씩이나 늘려 군비 증강에도 박차를 가했고, 연말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소프트웨어 측면에도 다시 한 번 만전을 기울였다. 임기도 까마득히 남아 있는지라 현재로선 일본 내에서 아베 총리의 말과 행동에 제동을 걸만 한 배짱 좋은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쯤에서 그가 간과한 사실 한 가지. 세상은 변했고 한 중 아세안 주변국의 대응 방식은 예전과 사뭇 다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표방한 세계 곳곳 일본과 연관된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알리겠다고 천명한 사실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매우 고지식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시대가 변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실시간으로 sns과 인터넷으로 세상 구석구석 파고든다.
이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을 맞대고 여론을 조성하는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으로는 개인적 소원뿐만 아니라 그 어느 막강한 집단의 의견조차 피력할 수 없다. 한국과 중국, 아세안 국가 정부가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적법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국경 없는 마우스 족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끈질기고 집요하게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규탄할 것이다.
동지진으로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일본인 모두의 가슴에 불안한 심정 하나를 진하게 꽂아 놓을 수 있게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국민 특히나 젊은층일수록 TV, 신문보다 컴퓨터나 모바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을 잊어선 곤란하다.
그런 뜻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몸쓸 인삼 한 뿌리를 국민 모두에게 안겨줘 자극했다지만 주변국 네티즌들 손놀림은 어딘가에서 더욱 빨라져 쉴 새 없이 클릭, 클릭으로 억울한 세상 풍경에 저항할 것이다.
그 단어 하나 그림 하나가 결국 섬나라 어딘가에 깃들어 권력자의 돌발 행동으로 야기된 결과물을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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