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 두 아이가 한 행동에 놀랐습니다

급우 위해 칠판 닦았던 천사 같은 아이들을 다시 생각하며

등록 2014.01.03 10:01수정 2014.01.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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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오후에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 <벤허>를 보려고 했는데 너무 긴 시간 동안 하는 관계로 포기하고 그냥 낮잠을 잤습니다. 두 시간 넘게 충분히 자고 일어났는데 시계를 보니 아직 영화가 끝나지 않아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운이 매우 좋다고나 할까요? 화면에는 그 영화의 백미인 전차 경주가 막 시작되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아내와 둘이 그 장면부터 마지막 끝날 때까지 한 시간 정도를 정말 재밌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잘 본 후에 잠자기 전에 꺼놓은 휴대폰을 켰습니다. 연달아 문자가 두 개가 왔습니다. 하나는 내가 후원회원으로 있는 동네의 복지센터에서 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반 지원이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다 반가웠지만 그 가운데 지원이 것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선생님, 저 지원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3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문자에 나는 바로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내주었습니다.

"고맙다. 너의 환한 미소 생각난다. 새해에도 급우 위해 사랑으로 칠판 닦았던 그 모습 보여주기를!"

새해가 되어 한 살 더 먹었으니 지원이는 올해 18살이 되었습니다. 곧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나에게 있어서 작년 1년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 가운데 지원이와 관련된 '칠판 사건'은 가장 기억에 남는 따뜻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문자에 대한 답장을 쓸 때 그것이 문득 떠올라 썼던 것입니다.


한 달 전쯤입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 동아리 활동에 관한 것을 붙이려고 교무실을 나와서 교실을 향해 복도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 부회장인 지원이가 복도 가장자리에 설치한 자동 칠판 지우개 털이함에서 지우개를 털고 있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그는 주번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웬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주번이 자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곧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아, 또 이건 무엇인가요? 용준이가 칠판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도 주번이 아닙니다. 나는 교실을 둘러봤습니다. 지원이 말대로 주번학생 두 명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용준이 보고 참 좋은 일 한다고 했더니 미소를 한 번 지으며 지우개를 갖고 나가는 거였습니다. 곧 이어 지원이가 들어왔는데, 털고 온 지우개를 갖고 칠판을 맨 끝에서부터 다시 깨끗하게 위에서 아래로 닦는 거였습니다.


나는 알 수 없는 그 뭔가에 강하게 끌린 듯 칠판을 닦는 지원이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들어온 용준이를 바라봤습니다. 그들을 불러서 그 일을 하게 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용준이가 주번이 두 명 다 자고 있으니 급우인 지원이한테 우리가 칠판을 지우자고 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두 명이 주번이 해야 할 일을 대신 나서서 한 것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천사가 살고 있는 아이들... 꼭 껴안아줬습니다

 주번 운영은 학급마다 다른데, 우리 반은 두 명씩 돌아가며 일주일 동안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칠판을 지우고 털어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주번 운영은 학급마다 다른데, 우리 반은 두 명씩 돌아가며 일주일 동안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칠판을 지우고 털어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sxc

나는 그들의 그 마음과 행동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니 엄청나게 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그들에게 참 잘 했다고,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요즈음 들어 정말로 보기 드문 선행이 나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주번 운영은 학급마다 다른데, 우리 반은 두 명씩 돌아가며 일주일 동안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칠판을 지우고 털어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내가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가면 칠판이 깨끗한 경우도 있지만, 전 시간 수업한 것이 그대로 있거나 지웠다 하더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지운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주번을 불러내서 지우라고 합니다. 어떤 때는 다른 학생이 나와서 지워주는 때도 있으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나는 용준이와 지원이의 마음과 행동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주번학생 두 명이 자고 있는 것은 퍽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칠판을 지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신경 쓰는 아이는 요즈음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시작되어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라도 자신들은 꾸중 들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피곤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잊고 잠을 자는 급우들을 위해서 칠판을 지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몸을 움직여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확실히 자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을 많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번 대신 지우개를 들고 칠판에 적혀 있는 것을 지울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까지입니다. 그 다음에 용준이와 지원이가 한 행동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못할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할 마음조차 조금도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 칠판을 다 지우고 나서 백묵이 잔뜩 묻은 지우개를 그냥 칠판에 놓았을 겁니다. 그렇게 해놓은 걸 갖고 나는 누구도 하지 않는 좋은 일을 했다고 자기만족에 취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우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복도에 갖고 나가서 털었습니다. 털어서 갖다 놓은 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다시 그 지우개를 갖고 칠판을 끝에서부터 정성들여 닦은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요?

그 다음 날 내 수업시간입니다. 두 명을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을 보고 감동받아 쓴 글을 읽어줬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마음에는 천사가 살고 있다고 하며 몸을 굽혀 그들의 배에 볼을 대 봤습니다. 그들도 아이들도 막 웃었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너무나 갸륵해서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꽉 껴안아줬습니다. 용준이와 지원이는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아이들은 힘차게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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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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