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번 운영은 학급마다 다른데, 우리 반은 두 명씩 돌아가며 일주일 동안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칠판을 지우고 털어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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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그 마음과 행동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니 엄청나게 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그들에게 참 잘 했다고,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요즈음 들어 정말로 보기 드문 선행이 나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주번 운영은 학급마다 다른데, 우리 반은 두 명씩 돌아가며 일주일 동안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칠판을 지우고 털어오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내가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가면 칠판이 깨끗한 경우도 있지만, 전 시간 수업한 것이 그대로 있거나 지웠다 하더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지운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주번을 불러내서 지우라고 합니다. 어떤 때는 다른 학생이 나와서 지워주는 때도 있으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나는 용준이와 지원이의 마음과 행동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주번학생 두 명이 자고 있는 것은 퍽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칠판을 지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신경 쓰는 아이는 요즈음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시작되어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라도 자신들은 꾸중 들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피곤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잊고 잠을 자는 급우들을 위해서 칠판을 지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몸을 움직여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확실히 자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을 많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번 대신 지우개를 들고 칠판에 적혀 있는 것을 지울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까지입니다. 그 다음에 용준이와 지원이가 한 행동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못할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할 마음조차 조금도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 칠판을 다 지우고 나서 백묵이 잔뜩 묻은 지우개를 그냥 칠판에 놓았을 겁니다. 그렇게 해놓은 걸 갖고 나는 누구도 하지 않는 좋은 일을 했다고 자기만족에 취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우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복도에 갖고 나가서 털었습니다. 털어서 갖다 놓은 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다시 그 지우개를 갖고 칠판을 끝에서부터 정성들여 닦은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요?
그 다음 날 내 수업시간입니다. 두 명을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을 보고 감동받아 쓴 글을 읽어줬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마음에는 천사가 살고 있다고 하며 몸을 굽혀 그들의 배에 볼을 대 봤습니다. 그들도 아이들도 막 웃었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과 행동이 너무나 갸륵해서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꽉 껴안아줬습니다. 용준이와 지원이는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아이들은 힘차게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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