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주간연속2교대 시행 사흘을 앞두고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가 지난 12월 30일 생산라인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김갑봉
노동시간 단축 통한 인간다운 삶... 지역사회 참여 길 열려<시사인천>이 민주당 홍영표(부평구을) 국회의원을 통해 받은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의 '한국GM의 근무형태 변경과 지역사회의 대응 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선 울산 현대차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됐다. 보고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으로 현대차 생산직의 노동시간은 연평균 약 236시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지엠 역시 비슷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2011년 기준 현대차 생산직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678시간으로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 2193시간에 비해 485시간이 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9시간보다는 무려 929시간이나 길었다. 두 번째로 이 같은 노동시간 단축은 문화·여가생활의 확대와 일과 가정의 조화(work-life balance)를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우도 노동자들이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졌는데, 그 중 여가생활과 교육프로그램 확충 요구가 많았다.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 지 10개월이나 지나 노동자들의 삶의 변화를 보면, 젊은 노동자들은 "오후 3시 40분에 퇴근하면서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 올 수 있었다. 아빠 역할 처음 해보았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또 대다수 노동자들이 "낮에 일을 마치니 시간이 많아서 좋다" "밤에 일을 안 하고 잠을 잘 수 있어서 좋다" "시간 여유가 있어 여가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 같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줄어드니 밥 먹고 쉴 시간이 없어 소화가 안 된다" "1조 출근시간이 빨라서 피로하다" "퇴근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2조가 끝나고 집에 가면 새벽 2시가 넘어 부인과 방을 따로 써야 한다" 등의 평가도 존재했다.
셋째, 달라진 근무형태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남성노동자들을 지역사회 중심부로 끌어드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노동자들은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 쏟아 부었고, 집에서 모습은 '잠'과 '쇼파맨'으로 불렸다. 직장에 매몰된 생활은 결국 가정에서 '남편'과 '부모'의 역할 상실을 뜻했다.
그렇다 보니 남성노동자들은 지역정치의 주인도, 행정서비스 이용자로서 권리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남성노동자들은 '참여하는 시민'의 역할도, '서비스 이용자'로서 권리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향후 밤샘노동이 없어지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이들이 '직장과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의 주체로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에게 다방면에서 사회참여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여가활동 및 문화생활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자체와 교육기관, 시민사회, 문화예술기관과 단체 등이 노동시간 단축 이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 밖으로 기지개를 펼 노동자를 맞이할 고민을 같이 하지 못 하면 여전히 TV시청과 낮잠 등 소극적 여가활동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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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밤샘노동 폐지, '인간다운 삶'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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