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종택 사당에는 불천위인 학봉 선생과 독립투사인 김흥락 선생 등의 신위를 모셔놓았다.
이대용
잘못 알려진 유교의 남성우월주의유교문화를 이야기하면서 남성우월주의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유교 사상을 고수하며 종가 지킴이인 종부(宗婦)의 고된 노동을 강요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종부들은 사실을 곡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종가에서 제례를 지낼 때 종손은 첫 잔을 올린다. 이어 종부가 두 번째 잔(아헌·亞獻)을 올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종가의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거나 괄시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되레 주부의 지위는 높았다. 종가 친지들은 제사 때 종부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종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유교식 제사 예법은 4대 봉사(奉祀)다. 이 예법에 따라 종가는 4대 조상의 신위, 즉 고조까지 제사를 받든다. 예외가 되는 것은 불천위(不遷位)다. 불천위는 인품과 공덕이 뛰어난 조상을 사당에 계속 모시는 것을 말한다. 모든 종가가 불천위를 모실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우리나라 종가 가운데 120여 곳에서만 불천위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이 가운데 47곳이 안동에 있다.
종가 문화는 특정 씨족문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통 가치의 명맥을 이어온 공공의 문화자산으로서 여기고 오늘날에 맞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올해로 6년 차를 맞은 '종가문화 명품화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종가가 뜻을 모아 전통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지역의 종손들이 종가의 문을 열고 종가문화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영종회를 결성한 데 이어 종부들도 영부회를 만들었다.
고산서원까지 달려온 대산종손의 자부심첫날 여정을 마치고 숙식을 한 곳은 대산 이상정을 모신 고산서원이었다. 남후면 광음리의 수려한 경치를 끼고 있는 고산서원은 퇴계 학통을 이은 대산 이상정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퇴계 학통의 적전(嫡傳), 곧 정맥은 김성일-장흥효-이휘일-이현일-이재-이상정으로, 안동의 내로라 하는 가문 출신들이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