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녹음파일' 들어봤지만, '내란음모' 불분명

[내란음모사건 32차 공판] '5월모임' 녹음 청취... 음질 고르지 않아 판단 어려울 듯

등록 2014.01.07 20:35수정 2014.01.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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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9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9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 남소연


2013년 5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난 그들은 일반 당원인가, 비밀지하조직 'RO'인가. '내란음모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이 '5월 모임'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7일 관련 녹음파일과 녹취록 증거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 상당수가 소리가 작거나 음질이 깨끗하지 않아 재판부의 판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증거조사가 이뤄진 '5월 모임' 파일은 지난해 5월 10일 곤지암 청소년 수련원, 5월 12일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관에서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씨가 녹음한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피고인 7명이 이 모임에서 조직원 130여 명에게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등 내란을 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동변호인단(대표 변호사 김칠준)은 '아이와 함께 올 정도로 일반적인 당원 모임이었으며,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반박해왔다. 양쪽은 7일 똑같은 녹음파일 다섯 개를 듣고도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곤지암] "노래 크게 틀고 비밀모임?" - "이석기 발언 후 모임 분위기 변해"

곤지암 모임을 녹음한 첫 번째 파일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소란스러웠다. 중간중간 아이들 목소리가 계속 들렸고, 제보자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 김칠준 변호사가 "결코 내란 음모를 위해 준비하고 모인 모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이기도 했다. 윤영태 변호사 역시 중간에 <민중의 노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크게 나오던 점을 언급하며 "검찰은 지하혁명조직 비밀회합이라는데, (노랫소리는) 어떤 성격의 모임인지 바깥에서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의 발언 내용을 근거로 반론을 제기했다. 당시 이 의원은 3분 안팎으로 짧게 발언했는데 핵심은 "장소가 적절하지 않다, 날을 다시 잡자"였다. 그는 "전쟁터에 아이를 데려오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도 했다. 특별수사팀 정재욱 검사는 "5월 10일은 내란 음모를 하기 위해 모이자고 공지하고 모인 게 아닌데 이석기 피고인 발언 태도나 10일과 12일 모임의 분위기가 확실히 차이나는 점들을 종합해 보면, 충분히 공소사실 입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석기 의원이 함께 기소된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에게 당시 '지휘원'이라고 했는지 '지금 와'라고 했는지를 두고도 첨예하게 다퉜다. 명쾌한 결론은 나오지 못했다. '음질' 때문이었다. '곤지암 청소년 수련원' 파일에는 잡음과 발걸음, 옷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이 수시로 들어가 있었다. 이석기 의원 발언 역시 중간 중간 잡음으로 끊기거나 음질이 깨끗하지 않아 내용 확인이 어려웠다.


[합정동] "검찰 녹취록 450군데 잘못" - "핵심 부분은 그대로"

a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모임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의 모습.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모임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의 모습. ⓒ 연합뉴스


7일 오후 2시 40분쯤 '합정동 모임' 녹음파일 증거조사가 시작됐다. 불필요한 부분을 건너 뛴 다음, 오후 3시쯤 법정에 울려 퍼진 이석기 의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편이었다. 이따금 잡음이 들어간 부분을 제외하면 그의 발언은 <한국일보>가 2013년 9월 보도한 내용과 상당수 일치했다.


하지만 '합정동 모임' 파일 역시 군데군데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이 섞여 들어가거나 음질이 고르지 않아 명확히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상호 피고인 등이 분반 토론을 벌인 시간은 발언자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혼재했고, 다른 분반의 토론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있었던 탓에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변호인단은 '교정 녹취록'을 별도로 제출했다. <한국일보> 녹취록의 오류를 바로잡은 검찰본을 다시 한 번 수정한 것이다. 김칠준 변호사는 "그동안 언론에 유출됐던 녹취록은 몇몇 어휘가 침소봉대됐고, 잘못 녹취된 것도 확대 과장돼 마치 엄중한 내란음모가 있던 것처럼 국민들에게 알려졌다"며 "마리스타 수도회 발언 내용은 450군데 이상 잘못 녹취된 부분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검찰-변호인 신경전 팽팽... 양쪽 모두, "상대방이 녹취록 왜곡" 주장

그는 이석기 의원이 쓴 '물질·기술적 준비'란 용어도 의도와 다르게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반전평화 운동의 실천, 효율성 등 여러 가지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개념"이라며 "마치 적극적으로 무장 투쟁을 전개, 봉기를 도모할 목적이었다고 왜곡·해석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이석기 의원의 합정동 모임 발언 요지도 정리,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냈다.

'검찰 녹취록이 450군데 이상 잘못됐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있다'는 변호인 쪽 주장에 검찰은 발끈했다. 최재훈 검사는 "(검찰이) 잘못 녹취했다는 부분은 양쪽 녹취록이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추후 검토하면 된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저희가 변호인 녹취록을 봐도 핵심부분은 별로 바뀐 게 없다"고 했다.

또 "오늘 사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증거였는데, 대한민국 일반 국민 상식에 반하는 많은 내용이 강연에 포함됐다고 새삼 느낀다, 특히 국회의원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이 더더욱 놀랍다"고 말했다. 김도완 검사 역시 "검찰이 의도적인 오녹취, 누락, 추가를 했다는 것은 실제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명백한데 변호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양쪽의 뜨거운 신경전에 김정운 부장판사가 중재에 나섰다. 그는 "오늘은 최종 변론을 하는 날이 아니고 증거조사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자세한 내용은 의견서 등으로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정리했다. 재판부는 오는 9일 33차 공판부터는 증거로 채택된 녹음파일 32개 중 나머지 27개를 녹음 일시순으로 청취할 예정이다.
#이석기 #내란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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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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