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한 형광등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희훈
물론 전자파가 인체에 실제로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적으로 명확히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외의 여러 연구들은 전자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1~2.9mG의 전자파에 노출된 아동들의 백혈병 유발률은 1.5배, 3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된 아동들의 경우에는 3.8배 높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는 송전탑 전자파의 발암 위험성을 '2B'등급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1등급, 2A등급, 2B등급, 3등급, 4등급 중 세 번째인 '2B'등급은 제한적인 증거가 있는 발암가능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력에서는 이와 관련해 "전자파에 관한 여러 연구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확증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왔습니다. 또한 송전탑에서 나오는 것은 '전자계'라며 '전자파'와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한전 측에서 설명하는 '전자계'란, 저주파대역(주파수 범위 0Hz~300Hz)에서 발생하는 전파로 고주파(3kHz~300GHz) 대역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런 구분을 두고 '핵발전'이냐 '원자력발전'이냐를 구분하는 것과 같다며 결국 본질은 같다고 반박합니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전자파 문제가 제기되자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권(위 조사에 80m이내)에는 집이 1가구밖에 없다며 그 위험성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말대로 설령 그 지역에 집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곳은 지역주민 대부분의 일터입니다. 우리가 하루 종일 일하는 사무실 위로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간다고 상상하면 분명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실제로 고압 송전탑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산시 팔봉면 지역 주민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345kV의 전력선이 흐르는 이 지역에서는 송전탑이 세워진 이후 지난 10년간 마을 주민 73명 중 25명이 암에 걸렸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중 3분의 1가량이 암에 걸린 셈이지요. 이 지역 주민들은 아직 전자파의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보상이나 대책을 지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실제로 암이 초고압 전력선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역학조사라도 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정부와 한전은 이마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현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송전탑과 관련된 갈등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아직 위험성이 입증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부정적인 연구 결과물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실제 피해를 호소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정부와 한국전력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국민들이 알아서 잘 피해야 할 문제'라며 떠넘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송전탑에서 발생되는 전자파는 독이 묻어 있는 사과와 같습니다. 그 사과는 분명 달고 맛있지만 독이 묻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먹는 사람은 사과만 먹는 것이 아니라 독도 함께 먹는 것입니다. 독이 묻어 있는 사과를 놓고, 사과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독사과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을 피할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시민들이 아닌 정부의 몫입니다.
▲ [밀양 송전탑 분석] 원전과 송전탑 그리고 정부의 거짓말 오마이TV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함께 주민들이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이유와 송전탑 건설 공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정리했다. ⓒ 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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