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에 걸려 수확을 못하게 된 고추밭. 방아다리 아래의 잎들이 모두 제거되어 있다.
오창균
겨울이 오기전에 근처 산에서 긁어온 부엽토를 고추가 심어질 밭흙과 직접 발효시킨 잘 부숙된 퇴비와 섞어서 만든 상토(모종을 키우는 흙)로 모종을 키우면 유용한 미생물이 증식되어 병원균에 강한 면역력이 생긴다는 경험담을 들었던 때가 5년 전이다.
"어이 동생, 고추농사 좀 도와주러 올 수 있는가. 여럿이 왔으면 좋겠는데…."지난해 6월 초, 그의 전화를 받고, 주변친구들을 모아서 일손을 도우러 횡성으로 갔다. 급한 집안일 때문에 고추농사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일주일 가량 고향에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다. 동네에서 일을 도와줄만한 사람들은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하는 일에 한시적으로 고용이 되어서 일손이 더욱 없다는 것이다. 이틀간 우리 일행이 해야 할 일은 고추의 방아다리에 달린 고추와 곁순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때를 놓치면 고추의 품질과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룰수가 없다.
"방아다리에 달린 고추와 그 아래 곁순까지 모두 따줘야 고추가 잘 큽니다""네, 알아요.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방아다리 아래쪽의 잎들을 모두 따주면 되는거죠."후배의 직장동료가 걱정 말라며 아는척 하자, 못 믿어운 듯 명호형이 해보라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방아다리에 달린 고추를 딴 후에, 그 아래의 잎들을 손으로 쥔 채로 쭈욱 훓어내렸다. 명호형은 한 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잘못된 정보의) 인터넷이 농사 다 망친다니까. 학교 다닐 때 광합성 안 배웠어요?"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식물에 대한 이해 필요모든 식물은 초록색 잎에서 탄소동화작용이라고 하는 광합성을 통해서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고 포도당 형태로 뿌리와 줄기에 저장하며 에너지로 사용하여 성장한다. 당연히 잎이 많을수록 광합성으로 많은 양분을 만들어낸다. 장마철을 앞두고 병원균과 한바탕 싸움을 해야 하는 고추에게 광합성은 병원균에 맞서 싸울 탄약과 식량을 비축해둬야 한다.
광합성을 통한 포도당을 저장하지 못하면 긴 장마철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고추잎을 보면 그늘이 생기지 않도록 아래위의 잎이 지그재그로 달린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광합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