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재향경우회가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서울시내 14곳에 1303일에 집회 신고를 냈다. 집회명은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국민대회'다. 이중 실제 15번 집회를 열었으며 집회 개최율을 1.1%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이하 경우회법) 5조4항에 따르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이같은 이념성 짙은 활동은 설립 목적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누리집
실제 열린 15회 중 13회는 '맞불집회'... "소음 때문에 집회 방해" 황우여 대표가 언급한 대로 경우회는 지난 5개월 동안 이른바 '종북세력 척결'을 내건 보수세력의 첨병 역할을 자임했다. 경우회가 첫 집회 신고를 한 것은 지난해 8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이었다. 당시는 국정원이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정국이 냉각되고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를 벌일 때다. 또 민주당은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운영해 장외 투쟁을 벌였고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범국민 촛불집회의 참가자 수가 절정에 이를 때였다. 따라서 경우회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맞불 집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우회는 이후 서울광장을 축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동화면세점, 서울파이낸스센터, KT 광화문지사, 보신각, 서울역사박물관, 청계11빌딩, 영풍문고 종로점, 대한문 앞 등에 지속적으로 집회를 신고했다. 또 서울역광장을 축으로 동자동 게이트웨이타워빌딩과 연세 세브란스 빌딩 앞을 비롯해 명동성당과 국정원 앞에도 집회를 신고했다.
특히 경우회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청년연합,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 단체와 집회를 공동 주최했다. 경우회는 집회에서 "종북 세력은 북한가라", "종북 세력은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경찰 추산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구재태 회장은 "얼마 전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 추도식에서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발언했는데, 정확한 소리"라며 "종북이 판치는 지금보단 언론의 제한이 약간 있더라도 그 시대가 더 좋았다"고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시민·노동단체들은 경우회가 맞불집회를 열어 자신들의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우회가 실제 개최한 집회 15회 중 13회는 인근에서 열린 시민·노동단체의 집회와 동시에 개최됐다. 국정원 시국회의가 서울광장에 집회를 내면 반대편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여는 식이다. 또 서울역광장 집회에는 길 건너 동자동 게이트웨이타워 빌딩, 연세 세브란스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장대현 국정원 시국회의 대변인(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경우회가 스피커를 자신들 쪽이 아니라 저희들에게 향하도록 해서, 저희들의 집회 구호와 함성이 밖으로 퍼지지 못하게 한다"며 "(경우회 집회는) 지속적으로 연설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계속 틀어서 저희들의 집회를 방해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변인은 "경우회가 소음을 내니까 저희도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는데, 야간 소음 제한 규정인 70데시벨을 넘는 바람에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우회 측 "집회 없을 때에는 다 양보...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 이에 대해 김현 의원은 "경우회가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 도심 주요 집회 장소를 독차지했다"며 "퇴직 경찰의 사회 봉사 활동, 회원 상호간의 협동 정신 함양 등 경우회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경우회가 연 집회 대부분이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범국민 촛불집회를 반대하기 위한 집회였다"며 "경우회 자체의 의사 표현이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 집회"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우회 홍보국 관계자는 1303회 집회 신고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경우회 중앙회뿐만 아니라 서울 지회와 각 경찰서 분회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신고를 한 것"이라며 "(많다는 지적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집회를 안 하는 경우에는 시민단체에 장소를 양보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대한문 앞은 쌍용자동차 노조에게, 지난달 7일 철도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장소인 서울역 광장은 철도노조에 양보했다"고 밝혔다.
집회 방해와 관련해서 그는 "집회 목적에 따라 목소리를 낸 것으로 규정을 최대한 지키면서 집회를 진행했다"며 "오히려 국정원 시국회의의 소음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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