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신년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유성호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으로 떠오른 '경제개혁 3개년 계획' 중 정부 보도자료 안에서도 서로 논리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 '급조된 졸속계획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15일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활성화' '창조경제 구현'이 계획의 주요 전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계획을 소개하며 3년 내 잠재성장률 4%, 1인당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달성'등의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날 공개된 기본 방향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갑자기 급조된 '졸속 계획'이라는 지적은 물론, 규제완화 방침으로 인한 의료민영화 및 고용유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4'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이라더니... '졸속' 논란이번에 공개된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핵심은 내수활성화다. 이날 정부는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수출 부문에 편중된 성장을 해왔으므로 경제 균형을 위해서도 내수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입장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들에서도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꾸준히 지목됐던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택한 돌파구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과 내수활성화였다. 규제 총량제 도입과 더불어 투자를 옭매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성장 동력을 유치하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와 함께 ▲ 소비 활성화 ▲ 주택시장 정상화 ▲ 가계부채 관리 ▲ 사교육비 경감 ▲ 고령층 소비여력 확충 등을 내수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엔 구멍이 있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주택시장 정상화가 소비촉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건설업 등 관련 시장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주거부문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당연히 다른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얘기다.
위험 수준으로 평가받는 가계부채 문제도 이와 얽힌다. 변 교수는 "자가주택이든 임대주택 매입이든 주택 구입이 확대되면 가계부채에는 분명한 적신호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왜 이런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을 '내수활성화'로 묶어놓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경감'도 그간 정부 정책기조에 비춰봤을 때 앞뒤가 안 맞는 건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교육비 완화와 입시부담 완화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시키는 등 입시 간소화와는 정반대 내용의 정책을 펼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사교육비 경감'이 3개년 계획에 재차 포함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기본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내용들도 구체적인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수준에서도 발견되는 치명적인 논리 오류들은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이 졸속적으로 마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계획은 이미 지난 6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있었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기자 브리핑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졸속' 의혹을 받아왔다. 조 경제수석은 당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3개년 계획은 임기 내 계획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5개년 계획이라고 하면 임기를 벗어나고, '4'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 계획으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