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채용 변경, 독일까? 약일까?

구체적 '가이드라인' 부재로 구직자 우려 커져

등록 2014.01.15 21:50수정 2014.01.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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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에 밀릴 수도 있으니까...걱정이죠."(구직자 손아무개씨)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채용 방식을 전격 변경하면서 취업시장 구직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은 15일 오전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총·학장에게 총 5000여 명의 인재 추천권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시채용 제도와 함께 1995년에 폐지한 서류제도도 부활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연 2회 공개채용을 기본으로 20년 가까이 자격조건 없이 모든 구직자에게 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기회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직무적성검사 시험을 보기 이전에 서류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날 공개된 삼성의 갑작스런 채용방식 변경에 구직자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삼성 "방식이 바뀌었을 뿐...채용 규모는 그대로"

삼성 채용 전형에서 서류심사 부활 이외에 신설된 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총·학장 추천제가 도입된다. 총장이나 학장 등 학교의 추천을 받은 학생(졸업생 포함)은 서류심사 없이 직무적성검사를 치를 수 있다.

두 번째는 '찾아가는 인재 등용 시스템'이다. 회사 관계자가 지방 지역 거점 대학 몇 개를 선정·방문해 인터뷰를 거쳐 직무적성검사에 응시할 자격을 준다. 이와 더불어 상시 채용제도도 도입한다. 구직자의 준비가 완료된 시기에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채용 방식이 변경됐을 뿐이지 채용규모와는 관계가 없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만 6000명 정도를 채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채용 인원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서류심사 제도를 부활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입사시험'인 직무적성검사에 지원하는 인원이 연간 20만 명으로 전체 대학졸업자의 33% 수준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방침이 "특성 있는 일을 하거나 준비가 된 인재에게 문을 열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구직자 반응 엇갈려

삼성그룹의 채용 방식 변경 소식을 접한 구직자 상당수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손 아무개(25·여·대학생)씨는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씨는 "학교 측이 추천제도를 빌미로 학생에게 지금까지는 없었던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면서 "상시채용의 경우 '낙하산'의 등용문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유은영(27·여·졸업생)씨 역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보면 항목만 바뀐 스펙 전쟁일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각종 취업 자격 챙기기도 벅찬데 학교 생활까지 빈틈없이 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씨는 "총장 추천이 객관적인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기껏해야 한 과에 수석, 차석 정도가 추천 받을 수 있을 것"라며 "확실한 전문성을 쌓을 수 없으면 학교생활에 전념하라는 의미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구직자도 있었다. 심기섭(26·대학생)씨는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회사측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삼성그룹은 일단 쓰고 보는 등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심씨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지원자에게 기회가 열린다는 측면에서 상시채용도 괜찮은 것 같다"면서 "스펙이 없는 학생이 추천을 받아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반면 교직원의 지인을 추천할 수 없도록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임경호 기자는 19기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삼성 #채용 #추천제 #총장 추천 #S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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