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태풍 셀마 홍수 때 태화강으로 떠내려온 작은 나무가 쓰레기더미에 있었다. 이 작은나무를 태화강변에 심었더니 이제 커다란 느릅나무가 됐다. 곽용씨가 27년 전을 회상하며 느릅나무 옆에 서 있다
박석철
"애꿎은 비둘기와 갈매기, 철새가 매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울산 태화강이 죽음의 강에서 생태하천으로 변모하던 지난 수십 년 간, 태화강변에서 꽃을 기르고 비둘기와 갈매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비둘기 아저씨' 곽용(73)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지난 19일 전북 고창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겨울 철새 도래지인 울산도 바짝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확산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후, 태화강 꽃단지에서 만난 곽씨는 막 비둘기와 갈매기에게 모이를 주고난 뒤였다.
곽씨는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관련기사
<"꽃과 새와 사람은 하나죠!">) 이후 여러 언론매체에 연이어 소개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고, 몇 해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비둘기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에만 움직이는 비둘기떼의 모습이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비둘기 아저씨는 지난해 몇 달간 태화강변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비둘기 아저씨, 병마 딛고 꽃과 새 돌보기 매진 수십 년 간 꽃을 가꾸고 비둘기 모이를 주는 일에 체력이 소진돼 병마가 찾아왔던 것. 그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위 수술을 받았고 최근 병세가 호전돼 다시 태화강에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년 전부터 태화강에서 꾸준히 해온 꽃씨 뿌리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전북 고창의 AI 소식이 전해진 19일 방역지원본부 울산출장소와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떼까마귀 등 태화강 겨울 철새의 분변 검사를 한 결과 AI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으로 떼까마귀 분변 검사를 수시로 벌여 AI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 곽씨지만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몇 해 전 울산에서도 AI 가 확진되자 아저씨가 기르는 이곳 비둘기가 일부 호사가들로부터 매도 당했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비둘기 아저씨' 곽씨가 교육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시작한 꽃 가꾸기와 비둘기 돌보는 일을 칠 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꽃과 나무, 그리고 사람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