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기초공천 폐지 주장'새누리당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이재오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유성호
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기초공천 폐지 공약 백지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정당공천을 폐지했을 경우 위헌성 문제, 후보 난립 문제, 돈 선거 부활 문제, 여성 등 사회적 약자나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등 수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모두 한 마음이겠지만,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데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꼭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기탄없이 말씀해 달라"고 주문했다.
황우여 당대표 역시 "정당이 후보를 마련해 (국민에게) 보증을 하고 당의 이름을 거는 것이 공천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당의 기본 임무"라며 "정당의 이름으로 후보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이 선거 때 공천을 안 하려면 뭐하러 정당을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오픈 프라이머리'를 거론하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기득권 내려놓기"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개방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굳이 기초공천을 폐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 역시 "개인 의견은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의 '정당표방금지' 위헌 판결을 거론하며 사실상 기초공천 폐지 불가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당시 주심재판관이던 송인준 재판관의 공청회 증언 등을 예로 들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2명 이상 다수 후보가 서로 특정정당의 지지와 추천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도 막을 수 없고 특정정당이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공개 의총에서는 기초공천 폐지 주장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의총 참석자에 따르면, 김용태 의원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국민의 생각인데 국민의 뜻을 거스를 것이냐"는 취지로 기초공천 폐지를 주장했다. 또 "빨리 '당론'을 확정하기 보다는 논의를 더 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김동완 의원은 '단계적 폐지론'을 주장했다. 기초단체장은 공천하되, 기초의원은 공천하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비박(非朴)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나서 기초공천 폐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기초공천 폐지 관련 합의 어렵고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원천적 책임은 여당에 있는 것"이라며 "여당이 약속한대로 기초공천제를 없애야 한다, 그것이 여당이 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한다는 약속을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대로 기초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도부는 (기초공천 유지) 현행 제도를 내심 확정하고 있는 것 같다, 여야 협상을 질질 끌다가 합의 안 된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현행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것"이라며 "여야가 대선 전에 공약한 기초공천 폐지는 대국민 약속이다, 정치개혁은 올해가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기초공천 유지 주장을 펼친 의원도 많았다. 발언자 17명 중 13명 정도가 기초공천 유지 입장이었다. 이 중 김을동·박인숙 의원은 기초공천을 유지하되, 여성 공천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초공천 유지 입장을 밝힌 의원들 다수도 공약 백지화에 따른 사과 등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결국 양쪽의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 의원은 "지금 한 30~40명 정도 의총에 참석 중이다, 사람이 너무 없으니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면서 "의원들만 얘기할 게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 등 원내외 만찬 등으로 깊이 있는 토론을 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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