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가난 있는 곳, '까꼬막'을 아십니까

부산 명소로 알아가는 전쟁과 평화 ①

등록 2014.01.24 11:12수정 2014.01.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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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산복도로가 최근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풍광 좋고 사람 냄새 나는 산복도로가 전쟁이라는 비극이 만들어낸 고단한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는 사실은 꼭 부산사람이 아니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 산복도로의 명소로 최근 떠오른 이바구공작소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6.25와 기적의 항해'라는 제목으로 '눈물의 피난길과 산복도로, 희망을 이바구하다'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6.25와 기적의 항해'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바구공작소. 당시 부산을 찾은 70만명의 피난민들이 피난민 보호소 부족으로 40만명은 거리로 내몰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들이 이곳 이바구가되어 흐른다.
'6.25와 기적의 항해'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바구공작소. 당시 부산을 찾은 70만명의 피난민들이 피난민 보호소 부족으로 40만명은 거리로 내몰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들이 이곳 이바구가되어 흐른다.이금미

이바구공작소는 산복도로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망양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바구공작소가 자리한 동구 초량동은 부산항에 내린 피난민들이 산으로 산으로 판잣집을 지어 올라간 '원조동네'라고 할 수 있다. 전시회 기간 많은 젊은 세대들이 이바구공작소에서 펼쳐지는 부산항 전망과 함께 60여 년 전의 과거를 가볍게 둘러봤다.

조밀하게 이뤄진 초량동 산복도로 주택가에 비집고 들어선 이바구공작소 바로 주변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 손을 잡고 산복도로에 판잣집을 짓고 정착한 세대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동네 사랑방 역할도 겸하고 있는 이바구공작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전시회에 걸린 사진 속 60여 년 전 그날의 주인공인 셈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산비탈'의 의미가 담긴 까꼬막에는 아직도 곳곳에 판잣집을 볼 수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산비탈'의 의미가 담긴 까꼬막에는 아직도 곳곳에 판잣집을 볼 수 있다.이금미

산복도로의 새로운 명물 '까꼬막'

이바구공작소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산복도로의 새로운 명물인 까꼬막이 자리잡고 있다. 까꼬막은 6·25 전쟁 당시 판잣집을 본 떠 만들어 산복도로가 안고 있는 전쟁의 기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까꼬막은 경상도 사투리로 '산비탈'을 의미한다. 주민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까꼬막에서는 4인 기준 5만 원이면 하루를 묵어 갈 수 있다.


작고 아담하게 운영되는 까꼬막 카페 역시 저렴한 가격에 차 한 잔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산복도로인 망양로 밑에 주택가 속 작은 산복도로가 나면서 길가 바다 쪽으로 작은 공간이 생겼다고 한다. 이 공간에 쓰레기만 가득 쌓이자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구청과 시의 지원을 받아 카페가 들어서게 됐다고.

이바구공작소와 까꼬막이 최근에 생긴 산복도로의 명소라면 중구에서 서구로 넘어가는 산복도로 길목에는 지난 1984년부터 충혼탑(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산복도로에 위치한 부산의 충혼탑은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테마공원으로 입구에는 6·25 참상 사진전이 있어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충혼탑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이후 나라와 겨레를 위해 싸우다 죽은 부산출신 국군장병과 경찰관을 비롯한 애국전몰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위령탑이다.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테마 공원인 부산 충혼탑(중앙공원)에서 바라보는 부산 앞바다의 풍광이 인상적이다.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테마 공원인 부산 충혼탑(중앙공원)에서 바라보는 부산 앞바다의 풍광이 인상적이다.이금미

또 향토의 수호신처럼 위엄이 넘치는 충혼탑에서 바라본 풍광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도가 눈앞에 자리하고, 좌우로 부산항과 남항의 풍경이 펼쳐진다. 전쟁이 남긴 가난과 불편함을 함께 품고 있는 산복도로의 모습을 부산의 충혼탑이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한국전쟁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과 더 거슬러 임진왜란이라는 오랜 역사 속, 전쟁의 아픔까지 간직하고 있는 곳이 산복도로가 아닐까. 부산역에서 내려 산복도로 관광코스의 출발점인 초량 이바구길 초입에서 만나는 옛 백제병원 건물부터 전쟁의 상처가 깃든 곳. 1922년 개원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백제병원은 1933년에는 중국식 요정으로 변신했다가 1942년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일본군 부대가 접수해 장교 숙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산복도로 관광코스의 출발점인 초량 이바구길 초입에서 만나는 전쟁의 상처가 깃든 옛 백제병원 건물.
산복도로 관광코스의 출발점인 초량 이바구길 초입에서 만나는 전쟁의 상처가 깃든 옛 백제병원 건물. 이금미

또 산복도로를 따라 동구 범일동으로 넘어가면 동구도서관 옆에 자리한 증산공원을 만날 수 있다. 부산시가 선정한 산복도로 조망 9경에 선정될 만큼 부산의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옛적에 범일동과 인근 좌천동 일대에 부산진성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곳의 산 이름이 솥뚜껑을 닮아 부산(釜山)으로 불리었단다.

현 부산이라는 지명이 이곳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후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왜군이 이 곳 산봉우리에 석성을 쌓으면서 솥뚜껑의 손잡이 부분이 깎여져 나가고 모양이 변하게 돼 평평한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증산'으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고 한다.

 피난민들은 산과 나무를 깎아 판잣집을 짓고 생활  터전을 이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피난민들은 산과 나무를 깎아 판잣집을 짓고 생활 터전을 이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이금미

지금은 전쟁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전쟁이 남긴 상흔을 산복도로의 존재 자체에 남아있다. 혹자는 산복도로 자체는 1960년대 개통돼 전쟁과 직접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복도로는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몸에 새기고 있는 부산의 기나긴 흉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대를 사는 세대에게 전쟁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산복도로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전쟁을 기억게 하는 산복도로가 아닌 평화를 일궈내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엿볼 수가 있다.
#산복도로 #한국전쟁 #평화 #부산명소 #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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