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흥사 가는 길은 고저넉한 가운데, 돌계단에 떨어진 낙엽을 밝으며 생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이상옥
운흥사에서는 해마다 전통 불교제례인 '영산재(靈山齋)'를 거행한다. 이 영산재는 임진왜란 때 국난극복을 위해 왜적과 싸우다 숨진 호국선열 추모 및 국태민안 기원을 위해 조선조 숙종 때부터 매년 음력 3월 3일 행해지는 불교의식으로 거행되었던 것으로, 당시 고성현감이 주관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중단 되었던 것을 이곳 운흥사에서 다시 주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물 '영산회 괘불탱'이 일년 중 이때만 공개되기 때문에 이 괘불탱을 보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운흥사에는 영산회괘불탱 외에도 많은 문화재가 있지만,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운흥사 장독대이다. 장독대는 원형으로 대웅전과 요사채 사이에 매우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돌과 황토로 빚어 낮게 쌓고 기와로 이어져 세월 견디며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보통 장독대는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운흥사 장독대는 그렇지 않다. 대웅전 옆에 떡 버티고 있는 모양이 예사롭지가 않은 것이다. 대웅전은 주지하다시피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셔놓는 곳으로, 사찰의 중심에 소재하고 있는 가장 큰 법당이다. 석가모니는 일개 인간이지만 일찍이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절감하고 출가수행하여 궁극적인 진리를 깨달아 최고 경지에 도달한 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