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그림이석우 교수의 〈명화로 만나는 성경〉
아트북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그때. 바티칸에 들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성지순례 차 떠난 길목 중의 하나였죠. 그 때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갔는데 그곳의 천장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성당의 천장화 때문이었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부터 <최후의 심판>은 그야말로 나를 압도했습니다.
그때는 미켈란젤로가 누군지도 잘 모를 때였습니다. 그저 유명한 화가라는 생각 뿐이었죠. 그 천장에 어떻게 매달려 그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을 어떻게 읽고 있었으며, 그가 그림을 통해 성경을 드러내고자 한 뜻이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질 않았던 것입니다.
"아담의 몸 구조는 완벽하고 부드럽지만 내면적 힘으로 빛나고, 그의 눈빛은 간절하며, 표정은 매우 지적이고 순박하다. 미켈란젤로가 남성 누드에 대해 최대의 경의와 사랑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창조성이 남성의 몸에 완벽하게 구현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명화로 만나는 성경> 21쪽)이석우 교수의 <명화로 만나는 성경>에 나온 내용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대한 '큐레이터'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이전의 화가들이 누워 있는 아담에게 하나님이 손을 댐으로써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에 반해, 미켈란젤로는 손가락과 손가락의 만남을 통해 역동성을 연출해보였다고 하죠. 그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화가였다고 설명하죠.
더욱이 미켈란젤로가 그 천정화를 그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설명은 내 마음에 애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를 위해 300여 점의 예비 스케치를 준비했다는 것, 성당 문을 걸어 잠그고 물감 개는 사람 외에는 어떤 도움도 마다했다는 것, 그리고 4년간 그 작업에 몰두했다는 것은, 창조의 열정이 아니면 실로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이 책은 그렇듯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티치아노·렘브란트·반 고흐 그리고 카라바조 등 당대의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을 통해 성경을 보다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해줍니다. 문자로만 읽는 성경이 밋밋하다면, 입체적인 명화로 읽은 성경은 그만큼 더 많은 상상력과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