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추수 끝난 겨울 천수만 들녘 하늘(위 사진)을 날아가는 큰기러기들과 호수(가운데 붉은 동그라미)에 가득했던 큰기러기 무리입니다. 천수만에 큰기러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가운데 붉은 동그라미 속의 큰기러기는 아래 사진의 점처럼 길게 늘어선 큰기러기 무리의 한 부분을 확대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이 많은 기러기가 굶주려 사방으로 사라졌으니 AI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병성
철새도 잘 먹고 튼튼해야 질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이 없다보니 굶주린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주변 오리농가를 기웃거리게 되고, 면역성이 약해진 철새들은 오리·닭 농장의 가금류로부터 AI 질병이 전염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AI의 주범은 인간의 탐욕입니다지난 2010년 가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생하여 전국으로 퍼져나간 구제역으로 348만여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습니다. 다시 3년여 만에 찾아온 AI로 백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를 생매장하는 이 끔찍한 재앙의 근본 원인은 철새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탐욕입니다.
더 싼값에 고기를 먹기 원하는 소비자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축산 농가의 공장식 축산이 빚은 합작품입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닭과 오리를 키우다 보니 면역성 저하로 인한 전염병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국의 축산업은 너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육 두수를 키우는 열악한 환경에 있습니다. 그로 인한 항생제 등의 약물 남용이 심각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나라별 1ha당 사육되는 소의 경우 한국 31마리, 일본11.67마리, 오스트레일리아 3.5마리, 미국 9.54마리이고, 돼지는 1ha당 한국 96마리, 일본 26.53마리, 오스트레일리아 0.29마리, 미국 6.65마리입니다. 한국의 축산업이 얼마나 밀집된 공장 축산이며 질병에 약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란 사람으로 치면 감기와 같은 것입니다. 현재 국내 축산업은 수익을 위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닭과 오리를 키우기 때문에 AI와 구제역에 취약한 것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위한 공장식 축산이 개선되지 않는 한 AI와 구제역의 재앙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리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방역과 살아 있는 수많은 생명들의 살처분이라는 끔찍한 재앙 역시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