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오진에 구급차 기다리다 환자 사망"

천안의료원 의료사고 논란, 유가족 '과실치사' 주장... 의료원 "최선 다했다"

등록 2014.02.20 10:28수정 2014.02.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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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의료원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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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 천안의료원(충남 천안시 동남구 삼룡동)의 오진과 응급의료체계 미비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남 천안시 목천에 사는 김아무개(47)씨는 지난해 11월 8일 오후 8시께 천안의료원을 찾았다. 목이 붓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의료원 담당의는 목감기라며 주사와 약을 처방한 후 귀가 조치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김씨는 "숨이 막힌다"며 속옷 차림으로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곧바로 119에 연락했다. 당시 시각은 9일 00시 18분. 담당 의사에게도 연락해 "숨을 제대로 못 쉰다"며 "도착 즉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천안의료원 응급실 갔지만 상태 더 악화

하지만 예상보다 119 도착이 다소 지연됐다. 독립기념관 부근에서 출발한 119구급차는 평소 10분 이내의 거리(약 9km)를 19분 후인 00시 37분께에 도착했다. 해당 농가주택을 찾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119소방대 관계자는 "통상 1km에 1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날은 9분 정도 시간이 지체 됐다"며 "새 도로명 주소 때문이 아니라 환자 보호자 측이 잘못된 주소를 안내해 혼동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19에 연락한 지 30분이 지난 뒤에야 천안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료원 도착시간은 0시 45분 경. 더 큰 문제는 의료원 응급실에서 벌어졌다. 응급실에는 담당의인 과장과 남자 간호사 등 모두 2명뿐이었다. 김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주사처방을 받았지만 여전히 숨을 헐떡였다. 눈은 충혈 됐고 안색은 창백했다. 의사는 심전도 검사 후 "맥박과 호흡이 정상"이라고 하다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가 부인과 어머니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다른 병원으로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김씨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시간이 또다시 지체됐다. 의료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응급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사설 구급차(7만 원)를 불렀다.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또다시 15∼20분 정도 지체됐다. 사설 응급차가 약 10km 떨어진 천안시내에서 호출을 받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의료원 측이 제시한 기록에도 "환자 보호자가 구급차가 왜 빨리 안 오느냐며 재차 독촉"이라고 적혀 있다.  

사설 구급차 기다리다 또 지체


같은 날인 9일 오전 2시 6분께, 김씨는 천안 단국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김씨의 집에서 단국대병원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병원 의료진들은 환자를 보자마자 '급성 후도개염'으로 인한 '급성기도폐쇄'로 진단하고 황급히 움직였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에 공기를 전달하는 후두부위에 염증과 부종이 생겨 기도가 막혀 호흡을 하지 못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병원 의료진은 15분여 동안 목을 뚫어 기도를 확보하는 긴급 수술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심장이 멈췄다. 심폐소생을 해 심장이 뛰기 시작했지만 잠시 후 다시 멎었다. 심폐소생술로 다시 심장이 움직였다. 의료진이 가족들에게 말했다.

"깨어나도 식물인간이 됩니다. 조금만 빨리 왔으면 괜찮았을 텐데..."

이른바 골든타임(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의 목숨을 다투는 시간)을 놓쳤다는 얘기다. 가족들은 식물인간이라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10일 오후 6시께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천안의료원이 응급실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다가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과실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숨진 김씨의 부인 변아무개씨는 "응급상황에서도 감기라면서 시간만 끌었다"며 "환자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의사와 엉터리 응급실 운영이 부른 과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씨는 "처음부터 자신이 없다고 인정하고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거나 자체 구급차만이라도 제대로 운행했다면 생명을 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오진 여부 논란

오진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의료원 측은 오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의료원 담당의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그런데도 호전되지 않아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료시간은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검사 등 응급조치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었고 당시 환자 의식도 명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족들은 고인이 된 환자와 가족들이 '다른 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먼저 말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송 조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대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간호기록지에는 "안색이 창백하고 숨소리는 좋지 않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산소포화도 측정치도 정상"이라고 적혀 있다.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졌다는 반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부검이 이루어지 않아 급성후두개염을 유발시킨 원인 등 정확한 사인 규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씨가 사망한 지 이틀 후인 같은 달 12일 천안의료원과 유가족이 작성한 합의서에는 "천안의료원이 장례식장 이용료를 부담하는 대신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만약 이의제기를 하면 "장례식장 이용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변씨는 "남편이 사망해 경황이 없던 때에 의료원 측에서 집안 어르신들과 수백만 원의 장례비로 합의한 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내밀었다"며 "각서에 서명하자 이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씨는 "부검을 통한 사인규명을 막기 위해 가족들에게 합의를 요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원 측은 "진료상 과실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껴 장례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의료원 "도심 외곽 이전한 후 구급차 늦기도 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설응급차를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과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의료원 관계자는 "구조사와 간호사가 동승해야 하는 특수구급차의 경우 원래 사설업체와 계약해 '24시간 콜' 제도로만 운영하고 있다"며 "구급차 출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여러 업체와 계약했지만 (천안 시내에서 약 10km 떨어진) 도심 외곽에 있는 지금의 장소로 의료원을 이전한 후 업체 사정에 따라 출동이 다소 늦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구급차는 낮 시간에 독거노인과 입원환자의 편의를 돕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인 변씨는 "엉터리 시설 운영으로 인한 또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시정을 요구하고 의료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천안의료원은 충남 북부의 공공의료 거점병원인 2차 의료기관으로 지난 2012년 지금의 삼룡동으로 이전한 후 15개로 진료과를 늘리고(기존 13개) 205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응급차 #천안의료원 #오진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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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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