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한쪽에 불을 지핀 낙타 몰이꾼들이 뚝딱뚝딱 맛있는 탈리(인도식 백반)를 만들어 냈다. 컵과 그릇에 모래를 붓더니, 거친 모래를 손으로 문질러 그릇을 비볐다. 그게 설거지였는지, 모래가 채 떨어지지 않은 컵에 짜이를 담아 대접했다. 입안에 모래가 조금 돌긴 하지만, 밥맛은 기막히게 맛있다.
Dustin Burnett
한참을 걷던 낙타가 멈춰 섰다. 점심시간이다. 한쪽에 불을 지핀 낙타 몰이꾼들이 뚝딱뚝딱 맛있는 탈리(인도식 백반)를 만들어 냈다. 컵과 그릇에 모래를 붓더니, 거친 모래를 손으로 문질러 그릇을 비볐다. 그게 설거지였는지, 모래가 채 떨어지지 않은 컵에 짜이를 담아 대접했다. 입안에 모래가 조금 돌긴 하지만, 밥맛은 기막히게 맛있다.
그렇게 사막을 거닐고 쉬기를 반복하며, 세 시간 정도를 이동했다. 사실 사막이라기보단 마른 잡초와 돌무더기가 흩뿌려진 불모지에 가까웠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낙타에 올랐다. 조니워커의 뒤에는 이사가 탄 낙타와 아무도 오르지 않은 낙타가 밧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조니워커에 연결된 끈을 잡고 내 앞을 걷던 낙타 몰이꾼 엠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엠은 조니워커를 끌고 가던 밧줄을 나에게 건넸다.
"레프트, 레프트. 라잇, 라잇 (왼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 응? 이해하지 못해 얼굴을 잔뜩 찌푸린 나에게, 엠은 줄을 왼쪽 오른쪽으로 당기는 시늉을 반복해 보여주었다. 이 줄을 잡고 조니워커를 운전하라고? 조니워커를 왼쪽으로 보내고 싶으면 줄을 오른쪽으로 당기고, 오른쪽으로 보내고 싶으면 왼쪽으로 당기라고? 왜? 내가 왜 운전해야 하지? 난 당신이 끄는 밧줄에 안전하게 이끌려 가고 싶을 뿐인데?
때는 늦었다. 엠은 저만치 가버렸다. 뒤에는 여전히 이사가 탄 낙타가 연결되어 있었다. 나와 이사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려 있었다. 왜 이런 운명이 나에게. 왜 이런 벌을 나에게. 난 그렇게, 긴장에 차가워진 손으로 밧줄을 붙잡고, 착한 조니워커가 얌전히 걸어주기만을 바라며 허허벌판 위를 걸었다.
다행히도, 조니워커는 나와 달리 별 동요가 없었다. 의젓한 놈이군. 낙타 대장임이 틀림없어. 시작부터 낙타 두 마리를 뒤에 달고 걸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엠도 조니를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조종 끈을 나한테 준 걸 거야. 조니워커의 규칙적인 네 발걸음에, 나도 조금씩 안정이 되었다.
다시 쉬는 시간. 무사히 땅으로 내려왔다. 기쁘다. 다리를 풀고, 익숙한 조니워커의 등 위로 올랐다. 엠이 조종 끈을 다시 나에게 건넸다. 이번엔 뒤로 연결되어 있던 이사의 낙타 줄도 떼어냈다. 앞서 가고 있던 낙타도 저만치 가고 없다. 나 혼자다. 아니, 내 아래 있는 조니워커와 나 단둘뿐이다. 조니워커가 아무리 믿음직하다지만, 이건 정말 불안하다. 나는 이건 아닌 거 같다는 표정으로 엠을 바라봤다. 엠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래, 지금까지 잘 왔잖아. 별일 있겠어.
사막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낙타와의 사투저 멀리 보이던 모래언덕에 가까워졌다. 조니워커는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조니워커는 자꾸만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에 무성히 자라난 수풀을 뜯어 먹었다. 수풀을 뜯을 때마다 긴 목을 땅 쪽으로 숙이는 바람에 내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안 그래도 불안했던 나는 조니워커가 몸을 숙일 때마다 가느다란 비명을 내질렀다. 뒤에서 따라오던 엠은 조니워커가 그렇게 몸을 숙일 때마다 낙타 몰이 소리를 내며 채찍을 휘둘렀다.
금방 닿을 것 같았던 모래 언덕은 아직 저만치에 있었다. 조니는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었다. 걸어도 걸어도 닿지 않는 모래 언덕 때문에 초조한 모양이었다. 엠이 뒤에서 계속 재촉했지만, 조니는 더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풀을 뜯어 먹었다. 잔뜩 겁이 난 나는, 조니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니와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내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멈춰 달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 뒤에서는 계속 조니를 재촉했다.
인간인 나도 배가 고프면 성질이 포악해지는데, 짐승인 조니워커는 오죽하랴. 게다가 먹겠다는데 뒤에서 자꾸 방해를 하니 짜증이 날 수밖에. 걷다, 수풀을 뜯다, 뒤에서 재촉을 받아 다시 걷기를 반복하던 조니는, 자신이 이렇게 허기진 배 하나 채우지 못하고 계속 재촉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깨달은 듯했다. 그 이유는 나. 자기 등에 껌딱지 같이 붙어 있는 나. 수풀을 뜯을 때마다 신음소리를 내서 신경을 건드리는 바로 나. 순간, 조니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포효를 그으며 전속력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으악!!!"이것은 실제상황인가. 포효하는 조니 위에서, 아니 화가 나 날뛰는 야생 짐승 등 위에 매달려, 나는 낙타와 목청 시합이라도 벌이는 양 비명을 내질렀다. 이럴 순 없다. 이것이 실제 상황일 순 없다. 4년간 1건 있었다던 낙마 사고가 나에게 일어날 리 없다. 소에게 받혀도 좋고 원숭이에게 다리를 잡혀도 좋지만 이건 아니다.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 떨어지면 죽는다. 조니는 내 키의 두 배다. 체감 시속 70km다. 떨어지면 끝장이다.
원흉의 근원인 나를 떼어내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내달리는 조니의 등 위에서 바라본 사막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뭣도, 여행의 낭만도 아니었다. 공포 그 자체였다. 지금 여기서 떨어진다면 하잘 것 없는 작은 내 몸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나는 조니와 씨름을 하며, 땀으로 범벅된 손으로 안장을 부여잡았다. 내가 쉽게 떨어지지 않자 조니는 몸을 더욱 비틀어댔다. 미끄러운 손이 안장을 더는 붙잡지 못했다. 떨어진다. 붕. 조니의 화난 등과 얼굴이 내 시야 아래로 들어왔다. 조니보다 한 키는 더 높이 날았다. 이제 어쩌나 생각하는 사이. 털썩. 나는 사막의 모래 위에, 보기 좋게 내동댕이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