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을 이젠 '지구가족'이라 불러야

[리뷰] <지구인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등록 2014.01.29 10:52수정 2014.01.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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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지구인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책겉그림〈지구인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한울
"미국과 캐나다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에는 한국에서 설과 추석에 시댁이나 친정에서 보내듯 보통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집은 캐나다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캐나다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가족 행사를 크리스마스 당일에 지내는데, 우리 집은 로버트 부모님의 독일-네덜란드 전통을 따라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보낸다."(25쪽)

이선옥외 4명이서 쓰고, 오경석씨가 엮은 <지구인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에요. 그 가운데 캐나다 남자를 만나 현재 밴쿠버에 살고 있는 이선옥 씨의 고백이죠. 크리스마스트리도 전구가 아닌 초를 켜서 올려놓고 보낸다고 하니 너무 어색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지가 않은가 봅니다. 캐나다에 살아도 그녀 가족은 음력설과 추석과 정월대보름을 꼬박꼬박 챙긴다고 말이죠. 그때는 캐나다 친구들을 초대해 한국의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다고 하죠. 특히나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까지 해서 직접 담근 김치도 먹는다고 합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다'문화적인 삶을 살고 있죠.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캐나다인 커플,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인도인 커플, 미국에 사는 한국인-타이완계 미국인 커플, 일본에 사는 한국인-일본인 커플, 한국에 사는 한국인-파키스탄인 커플 주인공들 말이죠. 그들의 연애, 사랑, 결혼, 가족 되기, 출산, 육아, 가사 분담, 싸움과 화해 등 일상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있죠.

그러니 이 책의 주인공들이자 지은이들은 말 그대로 가족 구성원이 다채로울 수밖에 없죠. 그들이 태어난 곳과 사는 곳, 그리고 음식·종교·의상·언어·젠더·육아 등 모든 요소가 다 똑같지가 않죠.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다문화 가족이라기보다 '지구 가족'이라 부르고 있죠. 그도 그럴 것이 한 커플만 제외하면 모두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죠. 더욱이 이들의 삶이 한국에서 적응해야만 하는 계몽된 문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또 다른 이유죠. 그만큼 우리가 기대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죠.

"우리 아이들이 더 자랐을 때 한국에서 '코시안'이 아니라, '중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인 공무원, '베트남 사람이고 한국 사람'인 선생님, 그리고 '미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인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나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이 되기보다는 '한국인이고 타이완인고 미국인 다'로 자라주기를 바란다."(211쪽)


현재 뉴욕에 사는 한국인이자 타이완인 그리고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여광균 씨의 고백이죠. 가족 3대가 살고 있는 그의 식구들은 세 가지 언어로 이야기하고 또 세 개의 문화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죠. 장인 장모는 타이완 언어로 대화하며 출근하고, 뉴욕에서 자란 그의 아내는 영어로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해 주고, 그는 한국어로 아이들 아침을 먹인다는, 그야말로 '333'한 하루의 시작이겠죠.

그때마다 뭔가 복잡하고 어수선하겠죠.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생각하면, 사뭇 재밌고 기대가 된다고 하죠. 아이들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 뱉을 때도 있다고 하니 말이죠.


다만 그가 염려하는 건 따로 있다고 하죠. 그의 아들과 딸이 훗날 어떤 '정체성'를 표현할지 말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이 동남아인과 혼인하여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을 '코시안'이라 부르고 있죠. 그 말이 결코 좋은 게 아니라고, 그가 꼬집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하여, 그의 바람대로, 우리나라에 사는 '다문화가족들'을 달리 불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들을 '지구가족'으로 존중하여 대하는 게 시급할 것 같지 않나요? 그때에만 이 땅에 사는 외국인들도 우리와 자유롭게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때에만 우리도, 그리고 그들도, 서로가 서로의 언어와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지구인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 일상 속의 다문화

오경석 엮음,
한울(한울아카데미), 2013


#이선옥 외 4명 #오경석 씨가 엮음 #〈지구인 다섯 가족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다'문화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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