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29일 오전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청소노동자 20여 명이 본관 앞쪽에 설치된 4평짜리 천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천막에 씌운 비닐을 걷어냈고, 안쪽에 보관한 물품들을 은색 승합차에 실었다. 천막 앞쪽에 걸린 플래카드도 떼어냈다. '중앙대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천막 농성'이라 적힌 플래카드였다.
근로조건 개선과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파업 중인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26일 만에 농성 천막을 철수했다. 이들은 지난달 총장실을 점거했다가 보름 만에 철수하고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을 이어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중앙대분회는 이날 농성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용역업체 때문에 중앙대와 학생, 청소노동자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누구도 책임있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분노와 결기를 잠시 내려두고 조건없이 농성 투쟁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은 올해 단체협약을 앞두고 비인간적인 근무 조건과 저임금 개선,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중앙대의 '100만 원' 가처분신청과 총학생회의 '파업반대' 성명에도 천막을 지켜오던 이들이 농성 중단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주 같은 신입생 웃으며 교정에 들어서는 모습 보고 싶었다"노조는 전날 이용구 중앙대 총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어느 정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약속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면담 자리에서 ▲ 2월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 노조 탄압 우려가 있는 부적격 업체는 배제 ▲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 노조활동을 위한 임시사무실 마련을 요구했다. 이 총장은 '최대한 노력할 테니 천막을 철회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외곽청소노동자 별도 고용, 휴게시설 개선, 인권침해 조항 삭제 등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사안들을 중앙대가 일부분 받아들인 점도 감안됐다. 학교가 일터 문제 개선을 위해 해결해줘야 할 부분들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구권서 서경지부장은 "총장과의 면담에서 뚜렷한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총장의 약속을 믿고 천막 농성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는 졸업과 입학을 앞두고 농성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방학을 끝으로 본격적인 학교 일정이 시작되는 2·3월 이후에도 계속 천막 농성이 진행될 경우,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다음과 같은 심정을 털어놨다.
"가끔 '수고하십니다'·'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주던 마음 따뜻한 학생들이 좋은 추억만 간직한 채 학교를 떠나고, 손주 녀석 같은 신입생들이 웃으며 교정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노조는 총장님의 대답과 무관하게 학교와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성을 중단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합의서나 구체적인 확약을 학교에 요구하지 않았습니다."용역업체 입찰·단체교섭 체결 때까지 부분파업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