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주연구소
오주석
필자가 읽은 허영만 화백의 첫 작품은 <식객>이었다. 그 다섯 번째 단행본의 부제는 '술의 나라'다. '술의 나라'는 다음과 같은 머리말로 시작한다.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고유의 술이 있었다. 발효음식에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한민족이다 보니 술 빚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누룩과 곡류 그리고 좋은 물로 빚은 술이니 그 맛은 가히 천하명주! 집집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가양주가 있었고 그 종류도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명주를 집집마다 빚었던 술의 나라였던 셈이다.
모든 집이 '천하명주'를 빚던 나라. 하지만 '였던 셈이다'로 끝을 맺는 문장은 이미 오래된 먼 과거를 자랑스러워하며 아쉬워하는 듯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녹번역 1번 출구를 통해 나오면 그곳에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통주 제조법의 기록과 양조법 연구, 가양주 및 전통주에 대한 교육을 한다. 연구소를 이끄는 박록담 소장은 1986년부터 전통주와 가양주 조사와 복원에 힘써온 장인이다. '전통주교실'을 개설해 전통주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술을 빚고 연구하지만 정작 그는 술에 약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