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안 들어오는 외딴섬, 누군가에겐 보물입니다

[한국의 섬 25] '물 쓰듯' 물을 써본 적 없는 혈도 주민들

등록 2014.02.03 10:45수정 2014.02.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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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도 전경 마을 앞에 있는 구멍섬
혈도 전경마을 앞에 있는 구멍섬이재언

혈도는 새떼처럼 많은 섬이 밀집한 전남 진도의 조도(鳥島)군도 북쪽에 있는 아주 조그만 섬이다. 이곳에 마치 용이 지나간 듯 큰 구멍이 뚫려있는 섬, 혈도(穴島)가 있다. 하지만 섬이 너무 작아서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절해고도다.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촛불을 켜고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이 섬을 평생 떠나본 적 없는 서씨 집안 7대 후손 서이만(74)씨는 혈도에서 고기를 잡으며 톳과 미역을 채취해 칠남매를 키웠다. 섬을 한 바퀴 돌아야봐야 20분 정도 걸린다. 이런 섬에 서씨와 김씨 일가가 혈도에 뿌리를 내린 지 벌써 200여 년이 넘었다. 200년 세월 동안 그들은 문명의 손길이 외면하며 자연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우리가 떠나면 누가 이 섬 지킬까"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멀리 보이는 섬은 광대도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멀리 보이는 섬은 광대도 이재언

섬속의 농사  마을 앞 물량장에서 곡식을 손질하는 주민
섬속의 농사 마을 앞 물량장에서 곡식을 손질하는 주민이재언

서이만씨에게 고향 혈도는 꼭 지켜야 할 '보물섬'과 같은 곳이다. 편리한 세상을 따라 하나둘 씩 이 섬을 떠났지만, 그는 아직도 섬을 지키고 있다. "자손이 안 지키면 누가 섬을 지킬 것인가!" 서이만씨는 두 팔을 걷고 혈도의 발전과 혈도 살리기에 일생을 바쳤다.

그는 자비를 들여서 손수 물량장을 만들고, 저녁에만 제한적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쓴다. 태양열 전지판이 설치된 지 8년이 됐지만, 그나마도 날씨가 흐리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혈도 사람들은 도심지에서는 흔한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촛불에 의지해 생활한다.

물을 한 번 쓸 때도 여러 단계를 거처서 사용한다. 혈도 주민들은 물을 '물 쓰듯' 써본 적 없다. 채소를 씻은 물은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비가 오면 물을 받아 설거지와 빨래·목욕 등을 한다. 이들은 이런 귀한 물을 물통에 비축해두기 바쁘다.


서이만씨는 평생 섬을 떠나 본 적 없다. 그는 "그저 바다가 내준 고기, 톳, 미역을 양식해 칠남매를 키웠는데 이제 우리가 떠나면 누가 이 섬을 지키고 집안의 뿌리를 이을 수 있을까"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 박복희(73)씨는 지긋지긋한 섬 생활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한다. "우리만 고생했으면 그만이지, 누가 이런 섬에서 살려고 하겠는가"라는 이야기. 지금까지 50년 동안 시아버지를 모시고 시집살이에 힘들게 일만 했단다. 박복희씨는 지금이라도 당장 자식 곁으로 가고 싶지만, 남편 때문에 도시에 나가지 못한단다. 반대로 서이만씨는 하루라도 빨리 아들이 이 섬에 들어와 대를 이어주길 바라고 있다.

대형 물통  군에서 만들어주었다
대형 물통 군에서 만들어주었다 이재언

혈도는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아직도 내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섬이다. 이 섬과 서이만씨 부부가 2007년 3월 17일 MBC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거기에 나는 섬 전문라고 약 6개월 동안 전국의 섬을 소개하는 역으로 출연했다. 이 코너의 이름은 '산 넘고! 물 건너! 바다를 건너다'였는데, 2007년 1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다. 그 수많은 섬 중에서 잊을 수 없는 곳이 이곳 혈도다.


잊히지 않는 섬, 혈도

mbc 느낌표 결혼식 장면  선착장에서 촬영
mbc 느낌표 결혼식 장면 선착장에서 촬영이재언

당시 나는 남희석·이윤석·박정아씨 등 세 명의 공동 MC와 함께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섬 버라이어티였다. 섬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 평등을 위해 시작한 그 여섯 번째 도전이 진도군 조도면의 혈도·성남도·내병도·양덕도·맹골도·독거도였다.

오지에 있는 섬을 돌아보는 일은 무척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 그것도 한 겨울인 1월에 시작해 몇 번의 풍랑주의보 때문에 고생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특히 작가들은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두 번이나 미리 섬들을 방문해 기획을 짜기 때문에 파도가 너무 쎈 진도의 맹골도 해역에서는 죽을 뻔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버려진 섬들을 찾아다니며 그분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생필품을 나눠주고, 지상파 TV에 나오는 섬 주민들의 모습에 우리도 덩달아 힘이 솟아났다.

가난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서이만·박복희 부부의 평생소원인 감동의 결혼식이 있었다. 아들 사위들을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모르게 초청해 눈을 가리고 선착장에 나와서 쪽도리 쓰고 결혼 예복을 입고 상을 차려 놓고 이벤트를 벌이는 바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MBC <느낌표>에서 마련해 준 전통 결혼식은 정말 멋지고 흐뭇했다. 아마도 혈도는 입도조 이래로 최고의 경사가 아니었나 싶다. 석양이 붉게 물든 선착장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결혼식을 마치고  남희석 이윤석 박정아와 그의 가족들
결혼식을 마치고 남희석 이윤석 박정아와 그의 가족들 이재언

▲ 혈도 개요
가사혈도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딸린 섬으로 위치하며 면적 0.11㎢, 해안선 길이 1.8㎞, 인구는 9가구 14명이다. 진도읍에서 서쪽으로 12㎞가량 떨어져있다.

▲ 혈도 가는 길
신해 7호 오전 8시반 목포-시아도-마진도-평사도-고사도-쉬미(진도읍)-광대도-송도-혈도-양덕도-주지도-가사도

물량장의 비석 마을 공로자를 서이만씨를 위한 비석
물량장의 비석마을 공로자를 서이만씨를 위한 비석 이재언

#혈도 #느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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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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