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분위기의 내관을 갖춘 인실패의 모습
박솔희
손님이 가게로 들어서면 강 사장은 환영의 뜻으로 티벳의 타악기 '팅샤'를 연주해준다. 하나의 퍼포먼스와도 같이 독특한 접객이다. 이어서 가게 운영 방침이 안내된다. 술은 알아서 가져다 먹으면 되고, 안주는 그날 되는 것 한 가지 뿐이다. 원하는 안주가 있으면 사다 먹어도 되고 시켜 먹어도 된다. 메뉴판도 따로 없다.
메뉴판이 따로 없는 이유에 대해서 강 사장은 "일을 일처럼 하기 싫어서"라고 말한다.
"메뉴를 고정해 놓으면 매일 똑같은 걸 해야 되고, 재미없잖아요. 그날 그날 시장을 보고 느낌 따라 만들어요. 매일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거예요."표준화된 메뉴는 아니지만 강 사장의 요리 실력은 수준급이다. 매생이볶음, 고구마퓨레 파스타 등 신기한 요리들을 뚝딱 만들어 내놓는다. 요리사는 강 사장의 또다른 직업이다. 심지어 'tvn 마스터셰프 코리아3'에도 출전 준비중이라고.
그 외에도 강 사장의 직업은 많다. 술집 사장이 본업이고 요리사, 기생(?!), 음악치료사, 탭댄서, 여행가이드, 동대문 옷장사, 미용사, 유치원 상상력 선생님, 소설가, 굴착기 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여러 직업을 경험한 이유에 대해서 강씨는 "재밌으니까"라고 말한다. 재밌겠다 싶은 건 다 해봤다. 그리고 재미가 없어지면 곧 그만뒀다. 홍대에 있었던 인실패 1호점을 닫은 이유도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국일주 스쿠터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신촌에 가게를 열었다.
"전국의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살았는데, 거기서 하는 짓이 제가 술집에서 하는 짓이랑 똑같더라고요. 악기 연주하고 노래하고. 그래서 나는 천상 기생 팔자구나, 술집 할 팔자구나 싶었죠."꿈꾸듯 살고 싶어... 스스로 지은 이름 '드림'강 사장이 처음 인실패를 연 건 2011년이었다. 개점을 앞두고 이름을 '드림'으로 개명했다. 꿈꾸듯 살자는 의미였다. 실제로 인실패는 강씨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강씨의 또다른 직업은 소설가. 인실패는 강씨가 소설로 썼던 상상의 공간을 현실화한 곳이다.
'조선의 온갖 미친놈들이 모여들어 매일매일 즐겁게 노니는 곳.'상상이 현실이 된다니. 이것만으로도 꿈같다. 그 현실에 또 상상이 덧붙는다. 가게가 독특하니 자연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조선의 모든 '인간실격'과 '잉여'들이 단골이다. 인실패에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진다. 일상이 시트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