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의원이 무소속으로 2012년 7월 9일 열린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남소연
'논문 표절' 문대성 무소속 의원의 새누리당 복당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오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 문 의원의 복당 안건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관문인 최고위원회의 '승인'도 무난할 것으로 관측돼 문 의원은 22개월 만에 '친정'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탈당 원인이었던 '논문 표절' 의혹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특히 국민대는 지난 2012년 4월 20일 예비심사를 통해 문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에 '표절'이라 결론 내렸다. "예비심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버티던 문 의원은 즉각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새누리당도 논평을 내고 "공천과정에서 문 당선인의 표절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데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0월 복당 신청 이후 5개월 가까이 돌아오지 못했다. 문 의원이 복당할 경우, 2012년 총·대선 당시 내걸었던 당의 '정치쇄신'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기준 최고위원 등은 '원칙론'을 앞세워 문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논문표절' 문대성 새누리당 복당 논란)
그러나 새누리당은 6일 태도를 바꿨다. 홍 사무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지금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문제 됐던 논문 표절 문제나 이런 것들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국민대에서도 그것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고 있다"며 문 의원의 복당 방침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시도당 차원에서도 (복당을) 꺼리는데 굳이 중앙당이 나서는 것은 결국 (과반)의석 (유지) 때문 아닌가는 해석이 많다"는 지적에 "어쨌든 국회 의석도 저희한테는 중요하고, 6.4 선거를 잡기 위해서 전부터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즉 문 의원의 복당 방침이 과반의석 유지와 지방선거 전략과 연계돼 있다는 얘기다.
'팩트'마저 호도하며 복당 추진... 지방선거 때문?무엇보다 홍 사무총장은 이날 문 의원의 복당 관철을 위해 명백한 사실관계를 뒤집어 주장했다.
그는 "국민대에서도 그 문제에 관해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대는 지난 2012년 12월 19일 본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문 의원에게 "박사학위 논문 표절 가능성이 높다"고 구두 통보했다. 다만 예비심사 결과 이후 30일 내 구성해 진행토록 돼 있는 본조사 결과를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IOC가 문 의원의 논문 표절 조사를 중단한 것도 "표절이 아니다"는 결론 때문이 아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해당 대학에 표절 조사 결과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조사 중단 사유를 밝혔다. 또 그는 "윤리위 조사는 지금 중단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 재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즉 국민대의 비협조로 조사 자체를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홍 사무총장은 지난해 복당한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성추행 사건에서도 사실관계를 호도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 지사 등 문제 인사들이 잇따라 복당하는 것에 비판 여론 많지 않나"는 지적에 "성추행 논란은 있었지만 사실은 성추행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 지사의 '성추행' 사실은 법적·행정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그는 2002년 7월 지사 사무실을 방문한 여성 직능단체장을 성희롱한 혐의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로부터 '성희롱' 결정을 받았다. 우 지사는 이에 여성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는 이를 기각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0년 이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은 2010년 3월 우 지사의 민주당 입당을 두고 "우 전 지사는 여성단체장을 강제 추행한 사실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주홍글씨 운운하며 면죄부를 준 민주당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민주당이) 성추행당임을 표방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결국 4년 만에 돌아온 지방선거를 위해 새누리당은 우 지사를 대하던 태도를 180도 바꾼 셈이다.
대선 이후 복당 승인 10명... 뺑소니·호남 비하발언 인사까지사실 문대성 의원과 우근민 지사만 논란인 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문제인사들'의 복당행렬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일종의 '흑역사'다.
지금까지 2012년 대선 이후 최고위원회의의 '승인'을 거쳐 복당이 결정된 인사는 김태환 전 제주지사, 하창환 전 합천군수, 서은태 전 새마을지도자 경남협의회장, 김주영 영주시장, 유영 전 서울 강서구청장, 현기환 전 의원, 이효선 전 광명시장, 박윤구 전 경기도의원, 유효근 전 화성시의원, 최영조 경산시장 등 총 10명이다.
우 지사보다 한 달 먼저 복당에 '성공'한 김태환 전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인사다. 무엇보다 지난 2012년 5월 대낮 음주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빚어, 복당 승인 당시 논란이 일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공천 당시 현영희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대가로 3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제명됐다. 그는 "현 전 의원에게 3억 원이 전달됐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효선 전 광명시장은 지난 2006년 '호남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받아 권고 탈당했던 인사다. 그는 당의 탈당 권고에 버티다가 "활발한 성생활을 위하여"라고 성희롱적 건배사를 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당을 떠났다. (관련 기사 :
"전라도 놈들" 이효선, 7년 만에 새누리 복당)
특히 대다수 복당 인사들이 지방선거를 겨냥하는 모양새라는 점도 주목된다. 하창환 전 합천군수와 서은태 전 경남협의회장은 각각 2010년 합천군수 선거와 2010년 의령군수 보궐선거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 탈당했던 인사다. 김주영 영주시장 역시 2010년 지방선거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 후보로 나서 영주시장에 당선했다.
박윤구 전 경기도의원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의 화성갑 공천자였다. 유효근 전 화성시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 유영 전 강서구청장은 지난 2006년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대선 전 '보궐선거 사유 제공시 무공천' 방침에 따라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