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결과에 말문을 잇지 못한 권은희 과장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전혀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있다.
유성호
반대로 권은희 수사과장은 이러한 경찰의 조직 문화에 저항하여 자신의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 사건 수사에 단서를 제공한 내부고발자이므로 그 진술가치는 대단히 높다고 보아야 한다(아무런 증거가 없는 강간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립진술이 있는 경우의 사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증거가치의 판단에 오류를 범한 점을 열거하면, 먼저 국정원 직원인 김하영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보류 지시와 관련하여, 재판부는 김기용 경찰청장이 피고인 김용판에게 영장 신청 보류를 지시한 것을 인정하였다.
이와 관련, 김용판과 권은희 사이의 전화 내용에 있어서는 권은희는 영장을 보류하라는 압력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피고인 김용판은 격려전화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기용 경찰청장의 보류지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김용판의 진술에 손을 들어주고 권은희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디지털증거분석과 관련하여, 권은희 수사과장은 김하영을 참석시켜 분석범위를 제한하려 한 서울경찰청에 대하여 항의하고 수서서에서 파견한 팀원을 복귀시켰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나머지 증거분석팀의 분석관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다수의 경찰관이 그렇다고 하여 권은희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형식논리에 빠진 오류다.
지난 2012년 12월 16일, 17일 보도자료 게시 및 브리핑과 관련하여, 권은희는 "시간을 달라, 이 문제는 전적으로 수서서의 전권 사항이다"라고 서울청에 주장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반면에, 나머지 수서경찰서장 등 다른 경찰관들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 역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형식논리에 의해서 다수의 경찰관들의 말을 믿고 권은희의 말은 형식적으로 배척한 주요 사례다.
법률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아쉽다"는 표현판결문 104쪽 이하에는 12월 16일과 12월 17일 보도자료 게시 및 언론브리핑에 대하여 피고인 김용판이 지시하고 승인한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대선개입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부분은 12월 16일 11시 경의 보도자료 게시와 12월 17일 오전 9시의 수서경찰서장의 언론브리핑이다.
따라서 이 보도자료와 언론브리핑의 시기와 내용의 적절성 및 진위 여부는 피고인 김용판의 선거개입과 관련된 유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고인의 언론브리핑 지시와 승인을 인정하면서도 이 보도자료와 언론 브리핑이 시기적으로 옳았는지 당시 수사과정과 결과에 비추어 그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중요한 판단 유탈이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언론브리핑 지시가 시기적으로 또는 내용적으로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는 점을 설시하고 있다. 어떠한 법률서적에도 허위인지 진실인지, 타당한지 부당한지에 관한 내용은 있지만 아쉬운지 아쉽지 않은지에 대한 내용은 있지 않다. 아쉽다는 표현은 법률전문가가 보기에 해서는 안 될 지시와 담아서는 안될 내용을 담았다는 것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고 재판부의 그나마의 양심이 다소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밤중 발표를 선거개입 의도로 판단했어야이 판결의 처음과 중간과 결론에는 피고인 김용판이 선거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게 할 의도가 있었는지 등에 관한 판단을 하면서 이러한 의도와 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많은 판결례에서 소위 범의(犯意) 혹은 고의(故意)라는 주관적 요소에 대하여 객관적 사실을 열거하고 그 사실에 기초하여 대체로 주관적 요소인 고의 혹은 범의를 인정하는 경향을 띠어 왔다.
주관적 요소인 사람의 내심을 신이 아닌 판사가 판단하기 어렵고 이러이러한 객관적 사실이 있으면 대체로 이러이러한 내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단하는 논리에 바탕하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 김용판의 속마음을 읽으려 했고 읽었다는 것으로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피고인 김용판에게 의도와 의사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판결이다.
판결문 70쪽에 의하면 피고인은 메모장 파일의 발견 사실 및 다수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그 메모장 파일에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분석의 방법이나 범위설정에 관한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한 채, 단순히 박근혜지지 또는 문재인 비방글이 없다는 취지로만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증거분석팀의 분석의 방법이나 범위설정에 관한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 보고받지 못하여 잘 알지 못하는 피고인 김용판으로서는 당연한 논리적 수순으로 수서경찰서에 보도자료의 게시 및 언론브리핑에 대한 지시와 승인을 하여서는 안된다. 설사 이 모든 것을 보고 받았다 하더라도 서울경찰청장이 이러한 지시와 승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렇다면 재판부로서는 아쉽다고 표현한 그 보도자료의 게시와 언론브리핑을 지시하고 승인한 피고인 김용판이 왜 무리하게 그 시기를 정하여 그러한 내용으로 했는지에 대한 당연한 의문을 품어야 되고, 그것이야말로 선거에 개입할 의도였다라고 추단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논리법칙이다. 이것을 법률적으로는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부분이 이 판결의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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