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 6명의 당원들에게 징역 15년에서 10년의 중형을 구형한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며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1천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안 사무총장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17일로 예정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정치적 외풍과 압력에 흔들리 않도록 하는 마음을 담아 24시간 철야 연좌시위와 릴레이 1만배를 진행한다.
유성호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이 사라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2~3%가량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야권의 압승으로 평가받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전신인 민주노동당으로 야권연대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야권연대를 논하면서 누구도 진보당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 사건과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거치면서 진보당은 유령과 같은 존재가 됐다.
진보당은 보이지는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정당이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홍성규 진보당 후보는 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전이라는 점과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적은 득표라고 할 수 없다. 진보당을 확실히 지지하는 조직된 표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희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800명 이상의 후보를 이번 선거에 출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사회는 52 대 48, 거의 절반으로 나뉘었다. 거기에 중간지대를 표방하는 '안철수 신당'(새정치신당)이라는 새로운 세력도 등장했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된다면, 진보당 후보들이 가져갈 소수의 조직된 표는 누군가에게 절실해질 수 있다.
10일 진보당의 지방선거 전략을 묻기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안동섭 사무총장을 만났다. 안 총장은 오는 17일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소위 RO(혁명조직)의 내란음모 선고를 앞두고 이날부터 이순신 동상 앞에서 1000배를 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애초 <오마이뉴스>는 신년 기자회견 이후 이정희 대표 인터뷰를 줄곧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건강문제로 대외 활동에 거의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야권의 단결, 반 박근혜 공동투쟁 통해 만들어야" 안 총장은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당을 사수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데 과거와 다를 수 있다, 지역별로 정책이나 후보자들의 성과를 부각하는 것보다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를 모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음모 재판과 정당해산심판 청구로 인해 직면한 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선거운동 과정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안 총장은 또 민주당과 새정치신당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야권연대와 관련해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와 일방독주 정책에 국민적 분노를 모으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연대에서 진보당이 거론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야권의 단결은 반 박근혜 공동투쟁을 통해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라며 "정권과 새누리당이 (진보당에) 덧씌운 종북프레임에서 (야권이) 벗어나지 않으면 어떤 단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총장은 지난 2010년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당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해 후보단일화를 이뤘다. 이후 2012년 총선에서도 수원 장안 후보로 나섰다가 당시 이찬열 민주통합당 후보와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