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모> 메인화면 캡쳐.
대머리는 다 모여라
"견실한 운영"과 "강고한 연대감"은 대다모의 상징이다. 지난 9일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대다모'를 소개했다. '덕담'보다 '득(모)'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겹다는 그의 말에 2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신과함께>라는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주호민씨는 해당 글에 "득모하세요~"로 시작하는 첫 번째 댓글을 장식했다. 그 역시 대머리로 유명하다.
대다모 운영진은 홍 교수의 글에 반색을 표했다. "단시간 내 (커뮤니티 성격을) 간파하신 홍 교수님의 능력에 놀랐다"는 대표 운영자 A씨는 16년째 '대머리'를 모집 중이다. 간절함 하나로 대다모를 찾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국내 탈모 치료의 가이드를 자처한다. 약, 시술, 치료 등 절박함만큼의 간절함을 머리에 투여한 그들은 특정 치료제에 얽매이지 않는 탈모계의 '노마드(유목민)'이다.
실험 정신은 그들의 생명줄이다. 모발이식 사례를 공유하고 시술을 위한 해외 루트를 개척한다. 베이징과 이스탄불은 그들의 발자취가 만들어낸 '득모지(得毛地)'이다. 이 같은 해외 시술은 한국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한 덕분에 회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적극적인 활동은 결국 회원들의 탈회를 예방하는 요인이 됐다. 현재 대다모는 회원수 10만을 상회하는 <이마반>, <삼탈모>와 함께 3대 탈모 관련 커뮤니티로 꼽힌다.
'모낭'으로 대동단결
<일베>(일간베스트)에 '일베로'가 있다면 <대다모>에 '모낭'이 있다. 탈모 극복 후기 등 우수한 활동을 펼치는 회원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하고 인정해 주고 싶었던 운영진의 고민이 온라인 '털'로 재탄생한 것이다. 회원들은 개념 글이나 좋은 글에 '모낭'을 선물하고 '모낭'을 받으면 커뮤니티 내 계급이 올라간다. 일종의 '명예'인 셈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다수의 모낭을 획득한 회원을 우대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고.
계급이 높은 '고수'의 정보는 또 다른 전문가를 낳는다. 다양한 사연들과 후기들을 겪어온 대다모 회원들은 빠진 머리카락 하나로도 토론을 벌일 만큼 열정적이다. 성생활과 탈모의 연관성, 모낭 복제를 통한 탈모완치 방법 현실화 등 단순한 뉴스를 넘어 탈모치료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인다. 발 빠른 해외뉴스 동향은 '옵션'이다. 한 유명 탈모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따른 증후군과 부작용을 국내 최초로 공론화 시킨 것도 바로 대다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 사람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다모에 약사, 수의사, 의대생 등 현직 의료인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다. '득모'의 비결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이곳을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조차 대다모에서는 탈모인의 심정으로 맘 편히 돌아간다. 모발이식 후기나 약 복용 후기를 공유하며 탈모 지식의 '한 올'을 더한다.
이처럼 대놓고 탈모인을 모집하다 보니 커뮤니티 회원 중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들도 있다. 탈모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탓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한 가지 구심점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한 명 한 명 모인 회원이 어느새 그들의 머리숱보다 풍성해졌다. 그들에게 '대다모'는 "탈모와의 싸움에서 '베프'(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