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는 다 모여라... 탈모인의 성지 '대다모'

'모낭' 쌓이면 등급 올라가... 모발이식 사례 공유하며 돈독함 다져

등록 2014.02.13 12:04수정 2014.02.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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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모 사람들은 '덕담' 대신 '득담'을 하고 '사이버머니'가 아닌'모낭'을 선물한다.
대다모 사람들은 '덕담' 대신 '득담'을 하고 '사이버머니'가 아닌'모낭'을 선물한다. sxc

탈모가 진행되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 방바닥은 부쩍 빠진 머리칼로 흩날리고 머리를 감고 나면 배수구에 한 움큼 머리카락이 인사한다. 한 올 한 올 숱은 점점 줄어가고 휑하니 비는 정수리만큼이나 자신감도 증발해 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은 깊어가고 깊은 한숨의 무게만큼 세월의 무게가 얼굴에 깔린다.


이렇게 '빈' 머리가 되어 가는 국내 탈모 인구만 어느새 1000만 명에 육박한다. 5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모발에 대한 '그리움'은 물리적 투자로 이어지고, 현재 탈모시장은 연간 2조 원의 지출을 소화하는 상실의 '블루오션'이다. 좋다는 약도 먹어보고 병원도 다녀보지만 떨어진 낙엽을 줍는다고 가을이 다시 돌아오랴.

지나간 계절을 그리는 이들이 한겨울 아랫목으로 모이듯, 빠진 머리칼을 쓸어 쥐고 찾는 곳 있으니 <대다모(www.daedamo.com)>가 바로 그곳이라 하겠다. '결혼정보회사에서도 받지 않는다'는 대머리를 대놓고 환영하는 이곳은, 신약 개발을 고대하는 탈모인들의 염원 속에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지난 1998년 이래 16년째 발모를 염원하는 '빛둥이'들의 성지, '대머리는 다 모여라(아래 대다모)'를 소개한다.

탈모계의 '노마드'

 <대다모> 메인화면 캡쳐.
<대다모> 메인화면 캡쳐.대머리는 다 모여라

"견실한 운영"과 "강고한 연대감"은 대다모의 상징이다. 지난 9일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대다모'를 소개했다. '덕담'보다 '득(모)'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겹다는 그의 말에 2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신과함께>라는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주호민씨는 해당 글에 "득모하세요~"로 시작하는 첫 번째 댓글을 장식했다. 그 역시 대머리로 유명하다.

대다모 운영진은 홍 교수의 글에 반색을 표했다. "단시간 내 (커뮤니티 성격을) 간파하신 홍 교수님의 능력에 놀랐다"는 대표 운영자 A씨는 16년째 '대머리'를 모집 중이다. 간절함 하나로 대다모를 찾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국내 탈모 치료의 가이드를 자처한다. 약, 시술, 치료 등 절박함만큼의 간절함을 머리에 투여한 그들은 특정 치료제에 얽매이지 않는 탈모계의 '노마드(유목민)'이다.


실험 정신은 그들의 생명줄이다. 모발이식 사례를 공유하고 시술을 위한 해외 루트를 개척한다. 베이징과 이스탄불은 그들의 발자취가 만들어낸 '득모지(得毛地)'이다. 이 같은 해외 시술은 한국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한 덕분에 회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적극적인 활동은 결국 회원들의 탈회를 예방하는 요인이 됐다. 현재 대다모는 회원수 10만을 상회하는 <이마반>, <삼탈모>와 함께 3대 탈모 관련 커뮤니티로 꼽힌다.

'모낭'으로 대동단결  


<일베>(일간베스트)에 '일베로'가 있다면 <대다모>에 '모낭'이 있다. 탈모 극복 후기 등 우수한 활동을 펼치는 회원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하고 인정해 주고 싶었던 운영진의 고민이 온라인 '털'로 재탄생한 것이다. 회원들은 개념 글이나 좋은 글에 '모낭'을 선물하고 '모낭'을 받으면 커뮤니티 내 계급이 올라간다. 일종의 '명예'인 셈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다수의 모낭을 획득한 회원을 우대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고.

계급이 높은 '고수'의 정보는 또 다른 전문가를 낳는다. 다양한 사연들과 후기들을 겪어온 대다모 회원들은 빠진 머리카락 하나로도 토론을 벌일 만큼 열정적이다. 성생활과 탈모의 연관성, 모낭 복제를 통한 탈모완치 방법 현실화 등 단순한 뉴스를 넘어 탈모치료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인다. 발 빠른 해외뉴스 동향은 '옵션'이다. 한 유명 탈모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따른 증후군과 부작용을 국내 최초로 공론화 시킨 것도 바로 대다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 사람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다모에 약사, 수의사, 의대생 등 현직 의료인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다. '득모'의 비결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이곳을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조차 대다모에서는 탈모인의 심정으로 맘 편히 돌아간다. 모발이식 후기나 약 복용 후기를 공유하며 탈모 지식의 '한 올'을 더한다.

이처럼 대놓고 탈모인을 모집하다 보니 커뮤니티 회원 중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치인이나 연예인들도 있다. 탈모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탓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한 가지 구심점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한 명 한 명 모인 회원이 어느새 그들의 머리숱보다 풍성해졌다. 그들에게 '대다모'는 "탈모와의 싸움에서 '베프'(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고.

 <대다모> 사이트는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유지된다.
<대다모> 사이트는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유지된다.대머리는 다 모여라

친목 커뮤니티를 넘어

뚜렷한 목표 아래 끈끈한 연대감은 대다모의 또 다른 얼굴이다. 탈모를 겪고 있는 20대 회원이 군입대를 앞두고 스트레스로 자살 예고를 남긴 것은 커뮤니티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잠적했고 커뮤니티에서 관할 경찰서에 도움을 청했다. 결국 회원은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 한 제과회사의 쿠키 광고를 중지 시킨 일도 유명하다. '탈모를 가진 남자친구 머리를 초코칩에 빗댄 것'을 두고 단체로 항의했던 것이다. 그들의 유대는 말로만 맴돌지 않는다. 빠진 머리만큼이나 휑한 마음을 서로의 행동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그런 대다모에도 위기가 있었다. 모발이식 실패 사례를 공유했다가 해당 병원장이 변호사를 고용, 내용증명을 통해 대다모에 폐쇄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1998년 개설 이래 꾸준한 탈모인의 관심으로 커뮤니티는 무리 없이 유지됐다. 그 과정에서 배너를 달고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등 수익모델도 창출했다. 수익은 접속자 폭주에 따른 서버 유지 등 탈모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또 있다. 사람이 모이면 일이 벌어지기 마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 보면 강퇴(강제탈퇴)를 당하는 회원도 생긴다. 불법의약품 판매나 홍보는 강퇴의 근거가 된다. 전문의약품 개인판매 등 자격요건 미달자의 의약품 거래도 위법성을 띤다. 고발의 위험이 있어 강력히 차단하고 있다는 운영진의 말이다.  

운영진은 대다모를 정의할 때 특히 조심스럽다. 덩치는 큰 데 비해 소수의 회원이 커뮤니티의 축이 되는 타 사이트와 다르기 때문이다. 운영진은 단지 "플랫폼을 제공"하고 회원간 "자유로운 정보교환이 목적"이라며 운영진이 마치 대다모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비칠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어 "대다모가 순수 비영리 단체는 아니지만 사이트 유지에 필요한 수익모델로 탈모 치료 정보 공유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한다"며 "치료방향 설정에 있어 대다모가 정보의 메카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임경호 기자는 19기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탈모 #대다모 #대머리는 다 모여라 #모발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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