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패배, 몇 가지 원인을 짚어보았습니다

민주진보진영, 주민들 눈높이에 다가가는 행보 아쉬워

등록 2014.02.14 15:39수정 2014.02.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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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2013년 1월 중순 지역의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지역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2013년 1월 중순 지역의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새누리당 울산시당 홍보 사진

새누리당이 최근 지자체장 공천과 당 요직의 선출을 두고 새로운 구도를 짜고 있고, 그 배경은 '영남권에서는 누가 나와도 당선된다는 자신감 내지는 오만에 있다'고 지적한 기사(2007년 박근혜 옆에 있던 정갑윤, 나는 기억한다)와 관련해 14일 울산지역 한 민주진보진영 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가난 말투는 아니었지만 엄중한 분위기로 "울산의 민주진영은 '누가 와도 새누리당이면 된다'는 사실에 열패감에 빠져 있다"는 기사내용이 너무 야권의 기를 죽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이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과 악재로 지역사회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는 61.26%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무슨 악재가 터져도, 어떤 실정을 해도 새누리당 후보는 60%대의 높은 지지를 받는 지역 풍토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것이 논지다.

비단 2010년 문제가 아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해도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울산에서,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10년만에 다시 대기업 석유화학 공단의 고황유 허용 조례를 강행한 것도 새누리당 지방정부와 정치인들이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구 결의안마저 부결시킨 것도 새누리당 정치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상이 그랬다. 불과 4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많은 실정과 비난에도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현재 지역정서로 봐서는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닌 것이다.

기자도 그 점이 궁금하다. 지난 수년 간 현장을 훓고, 중간중간 르포기사도 쓰고, 새누리당 정치인을 고발하는 기사도 썼다. 그러면서 어렴풋이나마 몇 가지 원인을 추출해 낼 수 있었다. 민주진보진영에게는 약이 되었으면 한다.


주민들에게 살가운 새누리당 정치인들, 면죄부는 때놓은 당상?  

해마다 철별로 전국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주민체육대회 등의 행사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예산을 대면서 음식과 술,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날 주민들은 한 자리에 모여 시합도 하고 국밥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는 축제다.


이런 곳에서 늘 볼 수 있는 것은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주민접촉 방식이다. 형식적이고 연례행사처럼 보이지만 이들 정치인들은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주민들을 살갗게 대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면 '형님'이고 여성이면 '누님'이다. '누님~'을 외치며 주민들의 손을 맞잡는다. 술도 한잔 따라주고 어깨도 주무러준다.

행사가 끝난 후 종종 기자가 목격하는 것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다. "그래도 역시 새누리당이네~."

어른신들은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만면에 흡족한 표정을 띤다. 양손에는 선물로 받은 포장된 수건이며 효자손이 들려 있다. "행사비용을 많이 따기 위해 새누리당 누구누구가 힘을 썼다더라"는 말도 종종 들린다.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주민들이 뭘 좋아하는지 맥을 짚는 것 같다. 그들은 밀양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비정규직이 연좌시위를 벌이는 곳은 애써 외면하지만, 그외 대다수 주민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간다. 애로사항도 묻고 함께 어깨춤도 춘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역주민들과 새누리당 정치인들간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지만, 뽑힌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수 백, 수천 개의 지역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해주고, 이들 단체들은 그 보은으로 다시 새누리당 정치인을 뽑아준다. 지역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도 예외일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1월 28일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울산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조승수 전 의원의 말이 상기된다. 조 전 의원은 "12년  재임한 박맹우 시장의 높은 지지도 이면에는 엄청난 규모의 직·간접적 시정홍보예산 투입의 결과물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있다"고 한 말이다.

하지만 울산지역 지방의회에 골고루 30%가량 포진해 있는 민주진보진영 의원들이 이런 예산을 삭감시키지 못하고 통과시켜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진보진영, 사회문제 공론화 미흡...주민들 보편적 눈높이 맞춰야

 울산지역 민주진보진영이 노동계, 시민사회와 함게 2013년 12월 21일 오후 3시 50분쯤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 부근 2개차로를 점령하고 박근혜 정부 규탄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울산지역 민주진보진영이 노동계, 시민사회와 함게 2013년 12월 21일 오후 3시 50분쯤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 부근 2개차로를 점령하고 박근혜 정부 규탄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박석철

민주진보진영은 송전탑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무상급식 문제 등 보편적 주민이면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지역전반으로 확산시키는데 미흡했다. 사회적약자 개별 당사자들과는 어깨를 걸고 구호를 크게 외쳤지만 대다수 주민들에게 이 문제를 설득시키는데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주민체육대회에서 '누님~'을 외칠 때 민주진보진영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었까? 그들은 비정규직이나 레미콘노조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인 시위를 하거나, 혹은 그들과 함께 거리집회에서 구호를 외쳤다.

민주진보진영 정치인들이 외치는 구호는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때론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전체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도록 하는데는 미치지 못했다. 주민의식을 탓하기 앞서 공론화 시키는 문제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겠다.

사실 지역에서 민주진보진영 정치인들이 주민들의 복지향상과 권익을 찾아주는데 기여한 역할은 상당히 크다. 비근한 예로, 새누리당 울산시장이 그토록 반대한 무상급식도 민주진보진영 정치인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일부지역에서나마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기도 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이 일부 개선되는가하면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형마트의 횡포에서 숨통을 트이도록 한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시민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공론화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개별 분파에 활용하는 것을 우선하지 않았나 하는 점도 돌아볼 일이다.

취재현장에서 종종 듣는 주민들의 말이 있다. "민주진보진영 정치인들은 너무 똑똑하다"는 일부 주민들의 말이다.

이런 말을 곱씹어보면, 상당수 주민들은 어쩌면 민주진보진영이 주민들의 실제 눈높이에 맞춰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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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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