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2013년 1월 중순 지역의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울산시당 홍보 사진
새누리당이 최근 지자체장 공천과 당 요직의 선출을 두고 새로운 구도를 짜고 있고, 그 배경은 '영남권에서는 누가 나와도 당선된다는 자신감 내지는 오만에 있다'고 지적한 기사
(2007년 박근혜 옆에 있던 정갑윤, 나는 기억한다)와 관련해 14일 울산지역 한 민주진보진영 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화가난 말투는 아니었지만 엄중한 분위기로 "울산의 민주진영은 '누가 와도 새누리당이면 된다'는 사실에 열패감에 빠져 있다"는 기사내용이 너무 야권의 기를 죽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이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과 악재로 지역사회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는 61.26%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무슨 악재가 터져도, 어떤 실정을 해도 새누리당 후보는 60%대의 높은 지지를 받는 지역 풍토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것이 논지다.
비단 2010년 문제가 아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해도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울산에서,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10년만에 다시 대기업 석유화학 공단의 고황유 허용 조례를 강행한 것도 새누리당 지방정부와 정치인들이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구 결의안마저 부결시킨 것도 새누리당 정치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상이 그랬다. 불과 4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많은 실정과 비난에도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현재 지역정서로 봐서는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닌 것이다.
기자도 그 점이 궁금하다. 지난 수년 간 현장을 훓고, 중간중간 르포기사도 쓰고, 새누리당 정치인을 고발하는 기사도 썼다. 그러면서 어렴풋이나마 몇 가지 원인을 추출해 낼 수 있었다. 민주진보진영에게는 약이 되었으면 한다.
주민들에게 살가운 새누리당 정치인들, 면죄부는 때놓은 당상? 해마다 철별로 전국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주민체육대회 등의 행사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예산을 대면서 음식과 술,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날 주민들은 한 자리에 모여 시합도 하고 국밥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는 축제다.
이런 곳에서 늘 볼 수 있는 것은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주민접촉 방식이다. 형식적이고 연례행사처럼 보이지만 이들 정치인들은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주민들을 살갗게 대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면 '형님'이고 여성이면 '누님'이다. '누님~'을 외치며 주민들의 손을 맞잡는다. 술도 한잔 따라주고 어깨도 주무러준다.
행사가 끝난 후 종종 기자가 목격하는 것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이다. "그래도 역시 새누리당이네~."
어른신들은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만면에 흡족한 표정을 띤다. 양손에는 선물로 받은 포장된 수건이며 효자손이 들려 있다. "행사비용을 많이 따기 위해 새누리당 누구누구가 힘을 썼다더라"는 말도 종종 들린다.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주민들이 뭘 좋아하는지 맥을 짚는 것 같다. 그들은 밀양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비정규직이 연좌시위를 벌이는 곳은 애써 외면하지만, 그외 대다수 주민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간다. 애로사항도 묻고 함께 어깨춤도 춘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역주민들과 새누리당 정치인들간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지만, 뽑힌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수 백, 수천 개의 지역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해주고, 이들 단체들은 그 보은으로 다시 새누리당 정치인을 뽑아준다. 지역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도 예외일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1월 28일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울산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조승수 전 의원의 말이 상기된다. 조 전 의원은 "12년 재임한 박맹우 시장의 높은 지지도 이면에는 엄청난 규모의 직·간접적 시정홍보예산 투입의 결과물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있다"고 한 말이다.
하지만 울산지역 지방의회에 골고루 30%가량 포진해 있는 민주진보진영 의원들이 이런 예산을 삭감시키지 못하고 통과시켜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진보진영, 사회문제 공론화 미흡...주민들 보편적 눈높이 맞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