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동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동물들은 울고 있다.
이동학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서울대공원이 사고 친 호랑이에게 죄를 따져 묻고 있단다. 지난 해 11월 사육사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호랑이 '로스토프'가 그 주인공이다. 범죄를 일으킨 이후 기존에 살던 공간에서 격리 된 것은 물론, 아내와 자식들로부터도 격리된 채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공원측이 로스토프를 영구격리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14일 서울대공원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영구격리는 결정된 바 없고, "일반인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로스토프의 공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육사와 그의 가족들이 입은 상처는 이러한 동물관련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드러날 수밖에 없다. 또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힘들어야 하는, 비련한 처지가 되었다. 우리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고, 근본적인 문제에 착안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인간도, 동물도 지속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동물원이 생기게 된 취지, 존재의 이유와 향후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만물들과 공존하고자 하는 인간이 동물들을 배려하여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나, 그게 아니다. 애초부터 만물의 영장이자 고귀한 인간들의 눈요기 및 아이들 교육 등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동물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물원에서 동물 따위가 사육사를 물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 위에 존재하는 동물원은 동물들의 삶 자체의 환경보다 동물원의 운영에 관한 유지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된다. 청소하기 편할 목적으로, 흙을 밟아야 할 동물들이 콘크리트위에서 살을 부대끼며 살게 만들었다. 쇼를 거부하는 오랑우탄은 인대가 끊기는 벌을 받기도 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는 물개나 돌고래에 전기충격고문을 가하거나 굶기는 처벌을 가한다. 좁은 쇠창살에 갇혀 날개를 펴면 2미터가 넘는 독수리가 날개와 다리를 다쳐 퍼덕거리고 있다. 날갯죽지를 칼로 잘라 내어 날지 못하는 홍학이 동물원의 미관을 위해 길거리를 배회한다.
동물도 아픔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도 느끼고, 우정도 느낀다. 우월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동물원의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동물은 인간 이상의 강인함을 가진 게 틀림없다. 동물들과 공존하면서 삶의 윤택함을 느끼고, 아이들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려면 지금의 인식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그 키워드는 배려와 공감 그리고 소통이다. 인간의 다름도 인간의 수만큼 다양한데, 동물과 인간의 다름이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혹여나 우월한 인간을 자처하는 누군가가 동물보호법을 동물처벌법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하지는 않을까? 또한 미개한 동물들의 환경을 개선하려면 동물들 스스로가 뭉쳐 최소한의 동물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동물헌법을 만들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오지 않을까? 단호히 말하고 싶다. 이는 불가능 하다. 그렇기에 바로 우리 인간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 이제 다시 묻겠다. 사육사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호랑이. 그 호랑이에게 죄를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평결을 내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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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 환경 · 미래 · 지속가능성 · 공론장
현 쓰레기센터 대표
현 생활정책연구원 대표이사
현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전문위원
현 경기도 수원시 환경정책위원회 부위원장
현 경기도 광명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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