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감탄의 극치... '손가락섬'의 일몰

[한국의 섬 27] 진도군 조도면 주지도(主之島)

등록 2014.02.16 14:47수정 2014.02.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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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주도 선착장  산속에 집이 한체 보인다.

지주도 선착장 산속에 집이 한체 보인다. ⓒ 이재언


a 마을 앞의 자갈밭  앞에 보이는 배는 탐사선 등대호

마을 앞의 자갈밭 앞에 보이는 배는 탐사선 등대호 ⓒ 이재언


주지도는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가 어미섬이다. 가사도를 비롯하여 손가락섬(주지도)와 발가락섬(양덕도)가 바로 이웃하고 있다. 발가락섬(양덕도)는 영락없이 거인의 발가락 모양을 하고, 바위 하나가 불쑥 올라온 손가락섬(주지도)는 엄지손가락 하나가 척 내민 모양을 하며 일명 '솥뚜껑섬', '상투섬'이라고도 부른다.


이 섬이 생겨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진도군 지산면 지력산의 동백사 주지스님이 불공 들여 열반에 들어갈 순간에 아리따운 부인이 절을 찾아왔다. 도를 열심히 닦던 스님은 그만 처자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때 하늘이 노여워하여 천둥과 벼락을 내렸고 스님의 육체는 산산조각이 나서 바다에 흩어졌다고 한다.

스님이 입고 있던 가사옷은 '가사도'가 되고 바지는 '하의도' 상의는 '상태도' 장삼은 '장산도'가 되었다. 손가락이 떨어진 곳은 '손가락섬'(주지도)으로 발가락이 떨어진 곳은 '발가락섬'(양덕도)으로 솟아올랐다. 스님의 불심은 '불도'가 되고 마음은 '보리섬(교맥도)'으로 변했다.

조금 다른 얘기도 있다. 스님이 석양과 새떼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법의를 입은 채 새떼를 쫓아가다 섬들이 생겨났다는 얘기도 있다. 또 스님이 열반에 들기 전 입고 있던 가사옷을 벗어 던져 생겨났다는 얘기다.

a 진도장을 보고 집으로 가시는 한정교씨 부부 진도 쉬미 선착장에서

진도장을 보고 집으로 가시는 한정교씨 부부 진도 쉬미 선착장에서 ⓒ 이재언


a 지주도의 샘물  물맛이 좋다.

지주도의 샘물 물맛이 좋다. ⓒ 이재언


주지도는 가사 5군도 섬들 중에 중심에 떠있는 섬으로 면적 0.54㎢, 해안선 길이 2.5㎞, 바로 이웃에 있는 발가락섬(양덕도)와 한 쌍을 이루는 섬으로, 주지도와 양덕도와 사이에 떨어지는 낙조의 아름다움은 찾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바로 옆에는 구멍 뚫린 섬인 혈도와 마주보고 있다. 이곳은 배를 타고 지나갈 때만 볼 수 있다.

주지도의 포구는 보통의 물양장이 갖추어진 조그마한 포구다. 선착장 입구에 낡은 건물 한 채가 있고 물양장 한 쪽에는 '가사주지도길 1→108'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 역시 한 가구만 산다. 그 옆으로 바위에 새겨진 표시판. '2001년 2월 6일 한전교 완공'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 마을로 가는 길은 산에 오르는 산책로 같은 느낌의 계단길이다.


a 한전교씨의 집 물통과 뗄나무가 보인다.

한전교씨의 집 물통과 뗄나무가 보인다. ⓒ 이재언


집은 해안가에서 약간 위에 있었다. 창고로 사용되는 건물을 지나면 바로 슬라브집이 한 채 있는데 이곳이 예전에 경찰서로 사용한 건물이다. 산 위에는 집 두 채가 들어서 있고 거기로 가는 좁은 길 가로 국화와 후박나무가 잘 꾸며졌다. 조금만 섬이라서 그런지 집이 그렇게 많지 않다. 겨우 5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조금 더 올라가면 건물이 한 채 보이는데 이곳이 예전에 학교였던 작은 건물도 있다.

현재 두 가구에 두 쌍의 노부부가 외롭게 섬을 지키고 있다. 섬 지킴이 한전교(78)·박종덕(75)씨를 만났다. 섬에는 평지가 없고 전체가 산을 이루고 있으며 이 열악한 환경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자연을 닮아서인지 낯선 방문자를 살갑게 맞이한다.


할머니는 지금부터 70년 전 3살 때 이 섬에 들어왔다 한다. 일제 시대에 일본인이 이 섬에 광산을 개발했고 부모님이 광산 일을 하러 들어왔다. 뭍으로 시집을 가며 섬을 떠나갔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갱변에서 일 할 사람이 없어서 남편과 함께 다시 섬으로 들어와 이제 백발 노인네가 되었다.

"나는 들오지 말자고 혔어. 뭍에서 뭐시든 해서 묵고살자고. 섬에 있을 때는 몰랐는디 나와 살아본게 못 들어가겄든마. 근디 갱변이 아까운께. 그때는 갱변에서 미역도 잘 되고 톳도 잘 되고 뭍에서 버는 것보다 낫었거든."

지금도 섬에서 나가 살고 싶지만 여전히 씨뿌리지 않고 소득이 되어 먹고 살게끔 해주는 갱변 때문에 아직까지 섬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a 지주도의 발전기  저녁에 이 발전기를 돌린다.

지주도의 발전기 저녁에 이 발전기를 돌린다. ⓒ 이재언


이 섬의 주업은 자연산 톳과, 톳 양식이다. 섬에 집 지어놓고 일년 중 여름에 자연산 톳을 채취하며 살아간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흔한 밭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섬이었다. 톳 작업이 끝나면 문명의 혜택이 그리워 목포에 나간다. 전기는 태양열 전광판을 이용해서 쓰고 있으며, 인구가 적어서 내연발전소가 들어 올 수 없었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는 일조량이 부족하여 전기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한다.

주위의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로 식수 때문에 고생을 한다. 섬이 바위로 되어 있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식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빗물을 받아 부족한 식수를 보충하기 위해 이들의 집 처마 밑에는 커다란 통이 놓여있다. 먹는 물은 바로 옆 골짜기에서 나는 작은 샘을 이용하고, 허드래 물은 물통에 들어있는 빗물을 받아쓴다. 1600년경 무렵 파평 윤씨가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였다.

a 물량장과 크레인 지주도의 물량장 모습

물량장과 크레인 지주도의 물량장 모습 ⓒ 이재언


이  두 섬을 방문하려면 목포에서 내려오든지, 진도 쉬미항에서 올라가는 여객선을 타야 하지만 내리면 하루를 머물러야 하기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좀처럼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섬이다. 지금은 전화가 있어서 편리해졌지만 전에는 여객선이 스쳐지나가는 섬을 보면 연기를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배를 탈 사람이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여기서도 불을 피워 신호를 보내는 체계가 잡혀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깃발을 꽃거나 전화로 알리기 때문이다. 무인도로 남을 날이 곧 다가와 아쉽기만 하다. 

▣ 주지도 개요
주지도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0.54㎢, 해안선 길이 2.5㎞, 인구는 2가구 3명이다. 

지명유래
섬의 중앙에 있는 바위가 마치 상투와 손가락같이 생겼다 하여 상투섬, 손가락섬이라고 하며 장군들의 호위병에 비유해 주지도라고 한다.

☛ 주지도 가는 길
목포와 진도항에서 출발한다. 지나가는 산해호가 원래 기항하지만 내릴 손님이 있거나 아니면 섬에서 큰 깃발로 신호하면 배가 접안한다.
#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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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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