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1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논란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이 입수한 유씨 출입경기록... 중국 정부 "위조된 것"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 중국 대신 국정원이 검찰을 도왔다. 국정원은 2013년 9월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을 영사증명서에 첨부, 검찰로 보냈다. 하지만 발급처 표시가 없고 발급기관 도장이 찍혀 있어 증거로 제출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국정원은 10월 중순, 다시 검찰에 자료를 보냈다.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발급했다는 유씨의 출입경기록 2부였다. 검찰은 화룡시 공안국에 사실 조회를 요청, 이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월 13일 변호인단에서 주한중국대사관의 답변을 받은 결과 검찰 쪽 자료들은 가짜였다. 변호인단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실을 공개했다(관련 기사 :
중국 "서울시 '공무원 간첩' 검찰증거는 위조문서").
증거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은 이날 "위조 증거가 아니다"라며 "출입경기록은 국정원 직원이 현지에서 확보했고, 진위 여부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외교부를 거쳐 중국 쪽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중국)대사관 공문이 위조를 확정짓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도 좀 더 조사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는 등 여러 점에서 우리가 입수한 문건들이 중국기관이 정상적으로 발급한 문건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 유우성씨가 2006년 5월~6월 북한을 다녀왔다는 그의 출입경기록 원본에는 전산오류가 있었고 ▲ 화룡시 공안국은 출입경기록을 발급할 권한이 없다는 등 변호인단이 지적했던 부분을 두고는 "확인해봐야 한다"고만 했다. 검찰은 거듭 "위조는 없었고 (출입경기록 등이) 진정한 것이라 믿고 (법원에) 제출했다"며 "다만 대사관에서 (위조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니 그렇다면 추후에 검증은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변호인단 "어쩌면 현 정권의 첫 번째 조작사건... 검찰 너무 안일"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4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거듭 검찰을 반박했다.
양승봉 변호사는 '중국쪽이 위조라고 단정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중국대사관이 보낸 회신문 번역본에는 '위조된 것'이라며 '형사 책임 규명을 위해 상세한 출처를 알려달라'고 나온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유우성씨도 자신의 출입경기록 오류를 두고 "당시 제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북한에 다녀온 다른 친척들의 기록도 잘못됐다"며 "여러 명의 기록이 잘못된 건 전산오류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너무 고통스럽다, 가족과 저를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천낙붕 변호사는 검찰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찌보면 현 정권의 첫 번째 증거 조작 사건"이라며 "그런데 검찰은 '증거의 신빙성 문제다, 검찰과 변호인단 증거 중 무엇을 믿을지는 재판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는 말은 사건 자체를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것"고 했다. 이어 "아주 무고한 사람이 공안기관에 의해 증거가 조작돼 간첩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게 증명의 문제일 뿐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도대체 어떤 게 중대한 문제냐"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국정원의 해명도 요구했다. 국정원은 15일 공식 답변을 내놨다. "해당 자료는 중국 심양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사실과 부합하며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하겠다"는 원론 수준이었다. 게다가 검찰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처음 입수했다는 심양영사관 국정원 직원의 증인 신청을 철회했고, 중국 정부가 검찰이 낸 서류는 위조라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자료를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유우성씨의 항소심 5차 공판은 2월 28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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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증거위조 아니다" 했지만 명쾌히 입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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