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하는데..."

'첫 기숙형 공립 대안고'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출판기념회 열려

등록 2014.02.22 15:14수정 2014.02.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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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합니다.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해서 타버렸다는 것이겠지요. 교직원, 학부모님들의 애쓰심에 감사드리며 쉬지 말고 계속 나아가길 바랍니다."

21일 저녁 경남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에 보낸 채현국 양산 효암고등학교 이사장의 축전이다.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는 여태전 교장이 지난 4년간 태봉고 활동을 기록한 책으로, 이날 행사는 마침 다른 학교로 전근하는 교사들이 있어 송별식을 겸해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공모교장으로 지난 4년간 재직했던 여 교장도 오는 3월 신학기부터는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데, 여태전 교장이 내빈 소개를 하고 있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데, 여태전 교장이 내빈 소개를 하고 있다.윤성효

태봉고는 권정호 전 경남교육감 때 설립된 전국 첫 '기숙형 공립 대안고'다. 이날 행사에는 권 전 교육감 부부와 이내길 전 간디고등학교(산청) 교장, 강호갑 효암고 교감 등이 참석했다. 간디학교 졸업생과 학부모들도 함께 했다.

효암고-삼현여고 교사를 거쳐 간디고 교감을 지낸 여 교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도 함께 했다. 이용학 양산 효암고 교장은 "태봉의 위대한 도전을 이끄시던 선생님들께서 이제는 곳곳에 희망의 홀씨를 뿌릴 것이라 믿습니다"라는 축전을 보냈고, 이창희 진주시장도 축전을 보냈다.

권정호 전 교육감 "태봉고, 대한민국 교육방향 제시하는 학교 될 것"

권정호 전 교육감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교사, 교수, 총장, 교육감을 거친 그는 "옛날에 영의정 셋보다 대제학 하나가, 대제학 셋보다 처사 하나가, 처사 셋보다 선생 하나가 나는 게 더 영광이라고 했다"며 "저는 호칭을 선생으로 불러 주는 게 제일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사이 교육감이라면 도둑놈 소리로 들리는 거 같아서 듣기 싫고, 각 시도교육청이 비리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죽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4년간 임기를 마친 여태전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태봉고 설립의 뒷이야기를 꺼냈다. 권 전 교육감은 "태봉고 이야기는 이 책에 다 나와 있는데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말씀 드리려고 한다"며 "공립대안학교를 설립하려고 하니 관련 규정이 없었고, 땅을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태봉고 자리는 옛날에 폐교한 초등학교 자리이고, 4년 전에는 '들꽃온누리학교'라는 대안학교가 2년 계약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계약기간이 끝나갈 즈음 김영식 신부(천주교)께서 찾아오셔서 계약 연장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그 때 제가 '재계약 말고 저한테 주시죠'라고 한 뒤 대안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더니 즉시 허락하시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안학교를 만든다는 소문이 나고 난 뒤 마을 주민들이 처음에는 반대를 했고, 그래서 제가 노인정을 네 번이나 찾아가서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우리 아이들을 살려주자. 대안학교가 들어서면 지역이 살아날 것이다'고 말씀 드렸다"고 회상했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는데, 권정호 전 경남도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는데, 권정호 전 경남도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윤성효

권 전 교육감은 "교육은 속도전이 아니다. 교육은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해주면 되고, 부모들이 시간을 두고 참는 것이다. 아이들이 점수를 몇 점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느긋하게 기다리고 방향만 틀어주면 올곧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20~30년 지나면 태봉고가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학교가 될 것이라 믿고, 그동안 잘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며 인사했다.

태봉고 설립과정에서 TF팀장을 맡았던 김용택씨는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며, 이 책이 그렇고 태봉고 교장과 교사들이 그렇다"며 "어머니가 왜 위대하냐 하면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기 때문인데 이 학교 교사들이 그렇다. 다른 학교의 경우 교사들은 퇴근시간만 되면 '칼퇴근'한다고 하는데, 초창기 2년간 지켜보니 이 학교 교사들은 퇴근이라는 것을 모르고 일하더라"고 소개했다.

김학범 태봉고 운영위원장은 여태전 교장에게 배낭을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책에 보니까 교장은 머슴이라는 말이 있던데, 머슴은 지게를 져야 하는데 요즘 지게를 줄 수는 없고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 배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학기부터 김미영 교감을 비롯해 교사 7명이 일반 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교사들은 무대에 올라 "그동안 행복했고 많이 배웠다"고 인사했다. 큰절을 하는 교사도 있었고, 눈물을 보이는 교사도 있었다.

김 교감은 "제가 다른 학교에 있을 때, 교사는 학부모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고, 학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보고 많은 힘을 얻게 되었으며,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는데,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교사들한테 '장모상망'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꽃이를 선물하고 있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는데,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교사들한테 '장모상망'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꽃이를 선물하고 있다.윤성효

교사들은 책꽂이를 선물로 받았다. 책꽃이 바닥에는 '서로 오랫동안 잊지 말자'는 뜻에서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글을 새겨놓았다. 또 이 학교는 이날 권정호 전 교육감한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여태전 교장은 이번에 시집 <꿈이 하나 있습니다>(여름언덕 간)도 펴냈다. 대안교육 전문가인 여태전 교장은 다음과 같이 인사했다.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3%의 소금 같은 학교를 꿈꾼다. 행복한 학교 하나 반듯하게 세우고 싶었다. 만남의 기쁨으로 설렘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즐거운 배움터 하나 만들고 싶었다. 담쟁이처럼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절망의 벽을 넘어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이 책은 태봉고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만들어낸 '희망의 합창곡'을 담고 있다.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함께 부른 노래 제목은 '감동을 위하여, 행복을 위하여'다. 감동교육과 행복교육의 쌍두마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 마침내 행복한 학교, 태봉고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존재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가슴이 벅차도록 기쁘고 행복하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다.
21일 저녁 창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는 “태봉고 교직원 송별식과 <공립대안 태봉고 이야기>로 수다 떨기” 행사가 열렸다.윤성효

#태봉고등학교 #공립 대안학교 #여태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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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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