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소재 한 고아원 원생들이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박정연
이렇듯 캄보디아에 가짜 고아들이 생기기 시작한 건 대략 2000년대 초중반부터다. 이 시기 유럽 관광객들 사이에선 고아원 방문 일정을 끼워 넣은 '볼런티어 관광'(Volunteer Tourism)이라 불리는 패키지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 관광 상품의 인기와 더불어 캄보디아의 고아들도 늘어난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비즈니스형 고아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고아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고아원 운영자들은 가난한 부모들은 만나 '(아이에게)기본 의식주는 물론이고 교육까지 시켜주겠다'고 설득해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일부에서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자식들을 고아원에 보내기도 했다. 부모들은 열악할 교육환경에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 고아원에 보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고아원의 주거 환경은 대부분 부모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심지어 일부 고아원들은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도 하다. 지난해 씨엠립에 위치한 한 고아원에선 현지인 원장 A(36)씨가 11세와 12세 여자 원생들을 강제 성추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호주 여성이 운영하던 한 고아원 역시, 수준 이하의 저급한 급식과 부실한 치료, 열악한 주거환경도 모자라 원생들을 구타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강제 폐쇄조치를 받았다.
실제 고아원들의 상황은 이렇지만 아이를 고아원에 보낸 시골의 가난한 부모들은 대부분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지라, 고아원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렵다.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인권유린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 못한다.
단기 봉사자들의 질 낮은 수업, 도움 안 된다캄보디아에서 20년 넘게 고아와 장애아들을 돌보는 복지사업을 해온 김정욱(68) 자비의 등불 대표는 현지 고아원을 찾은 봉사자들의 수업 프로그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아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단체나 개인의 경우 대부분 봉사 시간이 일주일에서, 길어야 한 달을 넘지 못한다. 교육적 효과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육전문가들도 아닌, 전공과 무관한 어린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한 아이들에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정식 교사 자격증도 없고 아동 교육 경험도 부족한 봉사자들이 미국이나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의 영어수업에 투입되는 경우도 이곳에선 매우 흔한 일이다. 따라서 애초 수업의 질은 기대하기 어렵다.
봉사자들 입장에선 수업 진도를 나가는 것보다 단기간에 아이들과 친해지는데 더 관심을 쏟게 되다보니, 시간 때우기식 미술 지도나 공놀이 수준의 체육수업 등 교육효과가 의심스러운 수업들로 채워지기 일쑤다.
지난 달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한 복지시설에선 한국의 한 대학교 봉사팀이 열흘간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그 기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한국어 교육을 했지만, 교육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고아들이 느끼는 상실감, 트라우마 가능성 높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