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르네상스, 그 이면에는...

낮은 저작권 의식, 영화 배급사의 잇속 채우기

등록 2014.02.27 10:27수정 2014.02.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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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있는 이성에게 마음을 살짝 엿 보일 때 가장 적합한 매개체는 무엇일까? 한 연예 컨설팅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말에 영화 볼래요?"라는 말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많은 청춘들이 영화를 통해 교감하며 서로를 알아간다는 말이다. 영화는 단지 이성간의 만남의 매개체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공휴일이나 주말 오후가 되면 영화관은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 혹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성간의 첫 데이트 장소이건, 혹은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건, 중요한 점은 영화가 우리 삶에 매우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극장가를 더 자주 찾자 영화계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 영화계는 근 몇 년간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질 좋은 명품영화들이 연이어 스크린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고 있다.

실제로 도합 아홉 개 밖에 되지 않는 천만 한국영화 중 반이 넘는 다섯 개의 영화(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 해운대, 변호인)들이 근 5년 사이에 개봉된 영화였으며,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모두 각각 1억 명이 넘는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을 찾았다고 한다.

특히나 지난 2013년은 '영화 풍년'으로 기록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영화들이 많이 출시를 했었는데, 1000만 관객을 기록한 '7번방의 선물'과 각각 934만, 914만 관객을 기록한 '설국열차'와 '관상', 그리고 716만 관객을 기록한 '베를린'까지 모두 같은 해에 개봉을 하며 수많은 관객들을 극장가로 이끌었었다. 정말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며 전국적인 '친구 신드롬'을 불러왔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년 개봉)가 818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음을 감안할 때, 최근 몇 년간 영화계의 '판' 자체가 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드리워지듯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에도 그 이면은 존재한다. 영화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비해 그대로인 시민들의 저작권 의식은 단지 충무로뿐만이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계의 고민거리이다. 최근에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와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겨울왕국'을 불법으로 상영하여 큰 문제가 되었었다.

새 학기를 며칠 앞두어 딱히 수업할 내용이 없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여주게 된 것인데, 극장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이던 '겨울왕국'의 불법 유포 파일을 불법으로 상영하였다는 점이 큰 이슈가 되었었다. 교내 영화 불법 상영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알려진 경우는 몇 되지 않지만, 학교에서 불법 다운로드 된 영화를 상영한 경우는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초등학교에서 저작권에 대해서 가르쳐주지는 못할망정 불법다운로드 된 영화를 불법 상영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나이에, 그것도 학교에서 불법 다운로드된 영화를 보았던 초등학생들에게 성인이 된 후 올바른 저작권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중요 영화 관계자들은 유포된 영화가 한국영화가 아니라며 한숨을 내쉬기 보다는 중국수출을 앞두고 있던 영화 <해운대>가 유포된 파일로 인해 수출이 백지화되며 큰 경제적인 손해를 입었던 과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저작권 교육 없이는 위와 같은 문제는 계속 일어날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영화 불법 다운로드는 온전히 소비자의 탓일까? 소비자의 인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배급사 측이나 영화관 측이 한국영화의 부흥을 도와주는 모양새는 아니다. 며칠 전 메가박스와 CGV강남는 극장료를 천원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소비자와 영화계 입장에서는 정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영화관을 찾았을 때 영화표만 구매하지 않고 팝콘, 음료와 같은 간식거리를 같이 구매해 영화관 나들이 비용이 생각보다 꽤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극장료를 천원 인상하겠다는 발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뉴스를 접한 일부 소비자들은 '영화표 가격이 너무 비싸다', '차라리 몇 달 후에 무료로 다운받아 보겠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배급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영화 시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르네상스는 왔지만 아직 우리는 르네상스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저작권 인식과 영화 배급사들의 근시안적인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마침내 온 한국영화의 봄날은 박수도 치기 전에 떠나버리고 말 것이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저작권 #영화배급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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