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대체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이희동
혹시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는 미련 때문에 차마 없애지 못했던 신용카드들을 자르게 된 건 결국 작년 직장을 옮기고 나서였다. 급여의 일부를 포기했던 만큼 씀씀이를 줄여야만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었다.
신용카드 쓴다고 과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신용카드를 자르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지고 있던 5개의 신용카드 중 한 장만 남긴 채 모두 폐기하거나 체크카드로 대체했다. 은행 계좌와 관계된 신용카드는 현금카드 겸 체크카드로 변경시켰다. 그 외의 것들은 미련 없이 잘라버렸다.
문제는 남은 한 장의 신용카드였는데, 이는 작년 자동차를 살 때 포인트로 선 결제 한 카드로서 돈을 뱉어내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정도의 금액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 카드 한 장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나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을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비록 신용카드를 모두 자르기에는 실패했으나, 그것이 곧 과소비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온 나의 소비습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난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번 이후로 지금까지 가계부를 써왔다. 이는 신용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시기와 거의 맞물리는데, 가계부를 쓰다 보면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긁기 어려워진다. 빤한 한 달 수입과 대응하여 현재까지 지출되는 금액을 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부를 쓰다 보면 자신의 소비패턴을 알게 되는데, 이는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목별 한 달 평균을 체크하다 보면 지금 내가 무슨 용도로 과소비를 하고 있는지, 어디서 돈을 아껴야 하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시불을 선택한다. 혹자들은 신용카드 사용시 무이자 할부의 경우 그만큼 금융소득을 얻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 소득은 아주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만큼의 과소비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할부의 특성상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금액을 훨씬 적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
요컨대 일시불을 선택하는 나의 신용카드 사용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은행잔고를 넘는 소비는 절대 하지 않는다. 혹여 지금 당장 돈이 없으면 저축을 하여 충분한 돈이 모아졌을 때 신용카드를 긁는다. 내게 신용카드는 화폐를 대신하는, 덕분에 지갑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교환수단에 불과하다.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할 충분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