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매장지에 대한 발굴작업이 진행되었다. 사진은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팀이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을 때 모습.
윤성효
발굴 결과, 최소 35구의 유해와 82점의 유품이 나왔다. 매장지에 습도가 높고 산성도가 높아 유해 보존상태는 매우 나빴고, 머리뼈 부분 20개와 허벅지뼈 기준 70개, 정강뼈 15개, 위팔뼈 6개 등이 나왔다. 유해의 주인공은 남자 어른으로 추정된다.
유품은 버클 14개와 탄두 15개, 탄피 1개, 옷핀 2개, 철제품 1개, 고무줄 2개, 단추 47개가 나왔다. 발굴조사단은 총기류(카빈 소총)에 의해 사망했고, 일부는 확인사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해 매장지는 가로 7m, 세로 4m 정도의 편편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표에서 아래로 30cm에서 유해가 산자락을 따라 가로로 길게 출토되었다. 유해는 주로 매장지 좌우에 몰려 있었고, 2~3명이 겹쳐서 나타났다.
이곳은 진주-산청 국도(3번)변에 있는 명석배수지 앞쪽에 있는 매장지다. 용산리 3개 골짜기 5군데에 718구의 시신을 매장했다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 있는데, 우선 한 군데를 발굴한 것이다.
이번 유해발굴은 진주유족회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공동조사단은 "불법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유해를 수습하여 적절한 장소에 안치함으로써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통해 국가가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05년 만들어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까지 전국 159개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를 했고, 그 중 우선 10개 지역, 13개 지점에 대한 발굴조사를 하고 말았으며, 이명박정부 뒤부터 활동이 중단됐던 것이다.
한국전쟁유족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결성하고,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를 첫 발굴지로 선정했던 것이다.
이들 단체는 "과거 청산 작업의 하나로 6․25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의 유해를 인도적 차원에서 발굴․안치하고, 실질적인 과거청산에 필요한 법과 제도가 구비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모아내며 민간 차원에서 과거청산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