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보다 못한 학교 급식, 사실은...

서울 A고교 '부실 급식' 논란... "급식 질 낮아", "냄새나 배식 안 한 것"

등록 2014.03.06 14:48수정 2014.03.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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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올라온 한 고등학교 식판 사진(독자 제보)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올라온 한 고등학교 식판 사진(독자 제보)

고구마 맛탕 서너 개와 배추김치, 밥과 묽은 된장국. 최근 논란이 된 '부실 급식' 식판 사진 속 메뉴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학교 급식'이란 제목으로 사진을 올린 작성자는 "한 끼에 3800원, 나온 건 맛탕, 김치, 나물, 밥"이라면서 "이 지역에서 급식이 가장 맛없기로 소문난 학교이긴 하지만 오늘 특히 (식단 부실 수준이) 심해서 (사진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편의점에서 3800원 어치를 사도 저것보다는 호화롭게 먹을 수 있겠다", "차라리 라면에 밥 말아먹는 게 맛있겠다", "양심이 있다면 저렇게 나올 수 없다"고 공분했다. "한 학생이 악의적으로 반찬을 일부러 안 받고 찍은 사진 같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A고교 학생들 "급식 형편없어... 먹기 싫어도 신청해야"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해당 식판 사진은 서울 A고등학교의 4일 점심 메뉴였다. 2014학년도 1학기 개학 후 첫 급식인 이날 식단은 원래 기장밥, 해물된장국, 매콤돈사태떡찜, 고구마맛탕, 부추깻순들깨무침, 김치였다. 그러나 주요 반찬인 매콤돈사태떡찜은 배식되지 않았다.

직영으로 급식을 운영하던 A고교는 식당 건물을 신축하면서 지난해 2학기부터 외부조리운반업체에 급식을 위탁하고 있다. 중식비는 한 끼에 3800원이다. 논란이 된 급식이 나온 다음날 학교 앞에서 기자와 만난 2·3학년 학생들은 해당 업체에 급식을 위탁한 이후로 가격 대비 식단 질이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ㄱ군(3학년)은 "식단이 제대로 나올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급식이 형편없다고 느낀다"며 "예전에도 반찬이 늦게 도착하거나 메뉴가 식단표와 다르게 나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ㄴ군(3학년)은 "급식이 맛없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에 매점이 학생들로 붐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사실상 의무적으로 해당 급식을 먹어야 하는 것을 두고도 불만을 쏟아냈다. 체질 문제 등의 사유가 없는 한 무조건 중식을 신청해야 한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ㄷ군(2학년)은 "급식 인원 문제 때문에 선택 급식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급식이 먹기 싫어도 할 수 없이 신청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ㄹ양(2학년)도 "알레르기가 없는 이상 그냥 (급식을)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며 "급식을 먹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진단서를 끊어서 학교에 제출하는 학생도 봤다"고 주장했다.

A고교 "반찬에서 탄 냄새 나 배식 안 해... 특식으로 배상받기로"


A고교는 주요 반찬에 문제가 생겨 4일 중식이 식단표대로 배식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행정실 관계자는 "매콤돈사태떡찜에서 탄 냄새가 난다는 교직원들의 의견에 따라 해당 반찬은 배식하지 않기로 급히 결정했다"며 "곧바로 학부모·교직원 대표로 구성된 교내 급식소위원회를 열어 업체 대표에게 항의했고, 다음주에 특식으로 배상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차후 문제가 재발하면 강력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장도 업체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실 관계자는 중식비 대비 급식 질이 낮다는 불만과 관련해 "위탁 급식은 재료 단가도 비싸고 운송비·인건비도 추가로 들어 직영급식보다 상대적으로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학부모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의무 급식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중식 신청 학생수가 적으면 수지타산 때문에 외부에 급식을 맡길 수 없게 된다"며 "개인 사유가 있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전교생 모두 중식을 먹기로 급식소위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급식 #부실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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