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세먼지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았다. 이 미세먼지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노약자가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일반인도 장시간 외출을 삼가야 하는 정도였다. 강원·충청권 등까지 전국적인 단위의 미세먼지 피해가 예상됐으며, 국민 건강의 심각한 피해는 물론 대규모로 연일 항공기가 결항되는 등 긴급사태에 준하는 상황까지 치달았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 어서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미세먼지의 진상은 무엇인지, 국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실제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등 한심할 정도로 무대책이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외교 문제를 고려한다며 궁색한 무대응 기조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4일)서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중국과 윈-윈 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정확한 예보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등의 주문을 내놓았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지만,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국민은 그런 무책임한 말의 성찬에 지쳤다.
미세먼지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꾀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의 미세먼지는 공포를 떠오르게 할 정도다. 중국 전 국토의 15%에 달하는 143만㎢가 스모그로 뒤덮였고, 베이징 시내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25㎍/㎥)의 17배 이상 초과하기도 했다.
가시거리 2km 이내의 오렌지색 경보가 발령되고 야외건설 공사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졌으며, 지난 2월 25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나서서 베이징을 시찰하며 석탄 사용량의 축소, 차량운행의 엄격한 통제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북서풍을 타고 계속 넘어올 것이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황사까지 겹칠 경우 국가적인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우선 개선하면서, 미세먼지의 원인 제공자인 중국에 대해서는 강력히 문제제기하고 항의해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환경소송을 내거나 국제기구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중국이 산업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도와주는 등 강온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구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발 우리 국격에 맞고, 국민을 위하는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기 바란다.
장기적으로 미세문제와 같은 환경 문제는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한·중·일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유럽과 북미국가 34개국은 1979년부터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을 맺어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에 나는 지난 2월 28일 미세먼지 대책 한중일 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중국·일본 3개국이 통일된 대기오염 배출기준을 정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도록 부과금을 내도록 하는 '한·중·일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을 빠른 시일 내에 체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3개국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극복을 위한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대기오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해결 방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중국·일본의 대기오염 방지 노력은 각 국의 대기환경 개선은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의 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온난화 등 전 지구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된 환경문제를 개선하는데도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미세먼지는 인간의 자연 파괴와 개발만능주의가 잉태한 공포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을 마스크 하나에만 의지하도록 할 것인가. 자연이 오랫동안 준비한 반격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대재앙이 목전에 다가왔다.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이번에 겪은 미세먼지의 공포는 단지 전주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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