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나은 목포를 만드는 비책, 여기에 있다

[서평] 김종익의 <목포의 내일을 걷다>를 읽고

등록 2014.03.06 19:48수정 2014.03.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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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목포의 내일을 걷다〉
책겉그림〈목포의 내일을 걷다〉 가지
2012년 12월 초에 서울에서 목포로 내려왔으니 햇수로만 해도 벌써 3년이 되었네요. 더 정확히 셈한다면 1년 4개월이 된 셈이죠. 그 기간 동안 목포를 많이 알고자 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네요. 사통팔달(四通八達) 길이 뚫려 있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문화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죠.

사실 나는 목포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신안군 지도읍 서낭구지에서 태어났죠. '서낭구지'란 금(金)이 나온다는 데서 따온 이름인데, 물론 지금까지 금을 캔 적은 한 번도 없었죠. 그 동네와 읍내를 오가며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그때까지도 목포를 다녀간 횟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죠.


내가 목포를 기억하게 된 시점은 1991년도 그 어간인 것 같네요. 그때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터미널 근처에 있는 중앙자동차 학원을 수차례 드나들었죠.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하는 것은 목포역 맞은편에 자리한 2층 당구장에서 하루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도 있어요.

하지만 내 머리 속 한 켠에 더 고이 자리잡고 있는 목포의 기억은 다른 데 있죠. 유달산 건너편 보리마당 위쪽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기도원'이 그곳입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기도했고, 그곳 앞쪽에 펼쳐져 있는 밤바다의 풍경 속에서 미래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세월이 벌써 20년이나 지나버렸네요. 그때보다 목포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입니다. 동네도 새로워졌고, 길도 새로 났고, 밤의 불빛도 많이 달라졌으니 말이죠. 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는 동네가 남아 있고, 변하지 않는 문화도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목포 고유의 향토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숙박시설을 원도심에 있는 근대형 민가를 개조해서 만들 수 있겠지요. 이것 저것 궁리해봅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길 위에 시간이 펼쳐지고, 미래에서 과거로 길은 또 이어지니까요."(45쪽)

김종익의 <목포의 내일을 걷다>에 나오는 내용이죠. 그는 목포의 발전 플랜 중의 하나로 문화적인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죠.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하당과 남악 신도시에 비해 쇠락하고 있는 원도심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이 바로 그와 같은 '문화 콘텐츠'에 있다는 것이죠.


그는 그와 같은 개발을 위해 일제시대의 문화유산과 연계하면 훨씬 더 접근하기가 쉽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른바 일본영사관을 기점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지나 좌우 대칭으로 펼쳐진 일본인 마을까지 하나의 근대문화유산답사 코스로 개발하는 게 그것이란 이야기죠.

그것은 이미 전북 군산이나 인천의 제물포에서 시행한 바가 있다고 하죠. 현재 군산의 경우 원도심의 20퍼센트는 아직도 일본식 건축물이 즐비하다고 하죠. 그만큼 군산은 문화유산을 테마화하는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이겠죠. 만일 목포역을 기점으로 문화유산과 선창과 재래시장까지 하나로 묶어 테마화한다면, 다른 어떤 도시보다 더욱 질펀한 도시로 발돋움할 거라고 그는 내다보고 있죠.


그렇게만 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목포로 내려오는 기차여행을 즐기지 않을까요? 옛날 일제식 '다다미방'에서 하루 이틀 정도 묶으면서 산책할 것이고, 그저 평면적으로 한 번 휘익 보고 지나가는 게 곳이 아니라 백 년이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사건과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목포가 추억을 쌓는 도시 공간으로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벌써 흥분이 되네요.

이 책을 통해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김영준씨'에 대한 부분이 그것이죠. 그는 목포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유달산 식물원의 관리를 맡았다고 하죠. 그런데 그는 식물원의 단순관리를 뛰어넘어 전국의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서 좋은 자생식물을 모두 옮겨 심고 연구를 거듭했다고 하죠. 지금의 식물원 모습은 모두 그의 열정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하죠. 그처럼 애착을 갖고 미래를 꿈꾼다면 목포는 더욱더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듯 이 책은 목포의 문화와 경제, 그리고 교육이라는 세 가지 틀에서 도시의 발전플랜을 짜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활력을 주는 도시를 꿈꾸고 있죠. 주민들 간에는 그만큼 유대관계가 깊고, 사회적으로는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도시를 말이죠.

그런 발상들은 그가 서울의 경실련에서 지방자치국장과 도시개혁센터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겪은 일들이기에 더욱 현장감 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도시문제와 행정문제들에 대해 몸소 부댓기면서 겪은 일들이었으니 말이죠. 그만큼 그는 목포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어둡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목포시 달성동 골목에서 놀던 그가 2000년도에 목포에 내려와 살면서 느낀 생각들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발전해야 할 목포의 방향과 플랜들을 청사진처럼 그려 놓고 있죠. 정말로 목포가 발전되기를 꿈꾸는 이가 있다면 한 번쯤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목포의 내일을 걷다 - 도시행정 전문가 김종익이 뚜벅뚜벅 걸어서 전하는 목포 미래 플랜

김종익 지음,
도서출판 가지, 2014


#김종익 #〈목포의 내일을 걷다〉 #유달산 #일본영사관 #김영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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