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긴 것 같아...이제 마음 놓고 편히 쉬어"

[현장] '삼성 백혈병 희생자', 고(故) 황유미씨 7주기 추모제

등록 2014.03.06 22:06수정 2014.03.0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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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헌화하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삼성반도체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헌화하고 있다.

헌화하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삼성반도체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a "삼성을 바꾸자, 삶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을 바꾸자, 삶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유미야 잘 있었지? 또 1년이 지나 3월 6일이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데...너무나 힘들었던 날을 생각하며 너를 생각해본다."

딸 잃은 뒤, 7번째 맞은 봄이다. 박상옥씨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무대 현수막에는 한 소녀가 포옹하는 자세로 웃고 있다. 23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씨다. 짧은 편지에도 어머니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너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이 영화도 만들었단다. 화제가 되고 있어. 많이 봐주시고 격려해주셔. 이제 우리가 이긴 것 같아. 마음 놓고 편히 쉬어라. 다음 생에는 아프지 말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엄마가."

"삼성은 백혈병의 왕국"

a "자본의 바벨탑을 무너뜨리자"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바벨탑을 무너뜨리자"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a 반올림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소속 회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위해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올림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소속 회원들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위해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고 황유미씨 7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400여 명의 시민들이 그를 추억하기 위해, 또 다른 죽음을 막아내기 위해 삼성 본관 앞에 섰다. 추모제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황유미 추모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위원회 공동주최했다.

유미씨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지지부진한 교섭을 비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삼성측과 유가족들이 피해 보상, 재발방지 등을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파행을 빚고 있다.  황씨의 사연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제작돼 지난달 6일부터 상영중이다.


교섭단 대표인 황씨는 "삼성은 언제까지 대화한다고 할 것이냐, 10년을 할 것이냐, 20년을 할 것이냐"며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은 대화할 의지가 없다"며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하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추모제는 황유미씨만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아직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노동자과 그의 가족들도 모였다. 또 삼성을 상대로 노동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도 함께 했다.


권영국 변호사(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삼성은 백혈병의 왕국"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2014년 현재 반도체와 전자 산업 분야의 직업병 피해자 243명 가운데 193명이 삼성 직원이고, 사망자 92명 중 73명이 삼성에서 일했다"면서 "이 수치를 보면 삼성은 백혈병의 왕국"이라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반도체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희생자에게 보내는 시를 낭독했다. 그는 "겨울나무처럼 말라 죽어간 당신들에게, 죽어서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당신들에게, 삼성은 모든 병원의 근원"이라며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는 것은 삼성이라는 악한 독극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지만 새 봄이 오고 있다고 유미에게 그리고 이름 없는 모든 당신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진실은 밝혀진다고, 새봄이 저기 오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추모제에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종이에 희망 메시지를 적은 뒤, 비행기로 접어 삼성 본관을 향해 날렸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백혈병으로 숨진 12명의 영정이 올려진 분향소에 헌화했다.

a 종이비행기에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염원을 담아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은수미 민주당 의원과 권영국 변호사 등 참석자들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삼성 사옥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종이비행기에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염원을 담아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은수미 민주당 의원과 권영국 변호사 등 참석자들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삼성 사옥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유성호


a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헌화하고 있다.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삼성 백혈병 #삼성 반도체 #또 하나의 약속 #황유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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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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