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문나이트> 커튼콜에서 인사하는 주요 출연진들. 정성택(석영만 역), 이동욱(이민수 역), 장미(엄혜리 역), 엠블랙 승호(강우혁 역), 박수현(할머니 역), 김일환(김대기 역).
박순영
K-POP 뮤지컬 <문나이트>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월 21일부터 3월 23일까지 공연중이다.
한류뮤지컬과 댄스컬로서 90년대 히트 가요와 팝음악으로 구성된 뮤지컬 <문나이트>는, 90년대 당시 서울 최고의 실제 나이트클럽 '문나이트'를 극의 배경으로 한다. 댄스가수의 열망을 품고 서울로 상경한 민수와 그의 라이벌 강혁, 문나이트 최고의 퀸카인 혜리 사이의 사랑과 좌절,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 출연진도 인기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천둥과 승호, KBS 출발드림팀 출신의 만능 스포츠맨 배우 박재민, 인기 개그맨 심현섭, 개성 넘치는 뮤지컬 배우 임기홍이 합세해 이들의 연기와 춤이 모여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관심이 주목되었다.
과연 춤만으로 이야기가 구성될까. 또한 아이돌들이 뮤지컬에서 연기를 어느 정도 하려나. 이러한 궁금증은 공연 초중반부쯤 되면 경쾌한 음악과 춤에 매료되어 어느새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아이돌은 역시 아이돌. 몸은 리듬을 타고 귀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눈은 역시 우리의 멋진 아이돌의 표정, 몸짓, 춤사위를 쫓아가게 마련이다.
3월 5일의 캐스팅은 민수역에 뮤지컬배우 이동욱, 민수의 라이벌이자 문나이트의 킹카 역에 엠블랙의 승호, 혜리 역에 배우 장미, DJ역에 뮤지컬 배우 임기홍이었다. 한 캐릭터의 배역진마다 느낌이 다르지만, 특히 아이돌이 출연하면 배역일자에 따라 관객 반응이 무척 다르고, 따라서 극의 느낌과 흐름도 영향을 받는다. 이날의 느낌은 주인공이 민수인데 엠블랙 승호의 인기로 마치 우혁이 더 주인공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배우들은 누가 넘치거나 혹은 못하거나 없이 각자의 개성으로 주역과 조역까지 극을 잘 살려가고 있었다. 처음 DJ 임기홍의 힘찬 소개로 나이트클럽 문나이트 소개가 시작된다. 현란한 조명과 댄스군무까지 꽉 찬 무대가 끝나고, 무대 벽 영상에 입체 그래픽으로 도시의 모습과 서울역이 보인다. 공연 전체적으로 극의 장면을 설명하는 입체 그래픽과 댄스 배경 영상이 극에 활력소가 되며 더욱 미디어적인 공연으로 보여준다.
넥스트의 <도시인>이 들리는 가운데 주인공 민수가 서울로 상경한다. 어리숙한 모습에 깡마르고 엉성해 보이지만 춤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다르다. 민수 역의 이동욱 역시 배역 그대로 어리숙한 표정연기에 춤은 맛깔나게 리듬을 타며 순수와 열정, 순정이 넘치는 민수를 잘 표현한다.
Ray Park Junior의 <Ghostbusters>를 배경으로 민수는 문나이트의 킹카 우혁과 민수의 춤 단짝친구가 되는 김대기(김일환 분), 그리고 문나이트의 퀸카이자 우혁의 여자친구인 혜리를 만나게 된다. 두 라이벌은 즉석 댄스경합을 벌이는데, 민수는 듀스의 <나를 돌아봐>로, 우혁은 현진영 <흐린 기억속의 그대>로 강렬한 힙합리듬을 뽐낸다.
90년대 인기 가요들의 선율과 춤으로 관객들은 극의 줄거리에 자연스레 빠져들며 동시에 90년대 당시의 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다. 시대가 지나야 그 시대 문화와 역사의 의미를 알 수 있고 재발견되지만, 한낱 유흥거리였나 싶었던 TV와 그 속의 가수, 노래들은 우리의 사고와 시대를 지배했던 큰 부분이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