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아들' 의혹을 받고 있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2013년 9월 1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뒤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떠나고 있다.
남소연
지난 해 9월 13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모든 언론이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집중할 때였다. 채 전 총장은 이 날 사의를 표명했다. 임 비서관과 같이 주말이 지나면 수리됐을까? 설령 혼외자가 밝혀지더라도 그것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기에 주말 이전에라도 수리됐어야 이치에 맞을 듯 싶은데, 박근혜 대통령은 무려 15일 동안 수리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 자리가 15일 동안 '유고'된 상태였던 것이다.
채 전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총장 집무실을 떠난 상태였지만 박 대통령은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수리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평소 공직자 도덕성 논란이 일면 가장 먼저 진상 규명을 주장하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진실 규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 다음은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채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난 지 반 년이 지나 가지만 검찰은 여전히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을 받고 있는 아이 엄마인 임아무개 여인을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02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임아무개 여인의 양수검사 동의서에 보호자 '채동욱'으로 자필 서명한 내용을 밝혀냈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지만, 검찰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선거는 아직 멀었는데 언론이 너무 일찍 터트렸던 것일까. 지금까지 나왔던 채 전 총장과 임 여인과의 의혹 중 가장 강력해 보이는 '양수검사 동의서 자필서명'에 대한 새누리당의 미지근한 공세는 예상 밖이다.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 활용 정도가 정해질 것인지, 다가오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판단된다.
임종훈과 채동욱, 두 사람의 '사의'를 대하는 이 정권의 태도는 명확하다.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고위공직자 신분을 활용해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는 임 비서관은 '엄단'에 처해지지 않고 있다. 주말을 활용해 사표가 수리된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을 뿐이다. 반면 검찰총장 신분이긴 하나 개인 의혹인 '혼외자 의혹'을 받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진상 규명' 명분으로 15일 동안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그 기간 동안 그는 언론과 호사가들의 도마 위에 올려져야 했다.
그리고 이유있게 들리는 '문재인의 우려''친박'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마하면서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죠"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누가 듣더라도 지지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친박 유정복 전 장관 역시 인천시장에 출마하면서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역시 명백한 지지발언으로 해석됐고,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선관위에 문의하기도 했다.
2월 4일 '엄정 중립, 위반 시 엄단' 방침을 밝힌 박 대통령은 위에 언급한 '친박'들을 대거 선거에 전진배치 시키면서 '중립 의지 훼손' 시비를 스스로 불렀다. 같은 시기에 대통령의 수족인 청와대 비서관까지 나서서 여당 출마 대상자들의 '면접'을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친박'의 전진배치와 중진 차출에서는 새누리당의 결기가 느껴진다. '지난 대선의 연장전'으로 규정하며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대선불복'에 쐐기를 박겠다고 새누리당은 벼르고 있다. 정몽준, 남경필 의원 등 현역 의원을 대거 차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7월 재보궐선거'에 따라서는 과반의석도 아슬아슬할 수도 있는데, 눈 앞의 선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드러난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폭이나 양상을 보면, 대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선거 때마다 개입이 있었다"고 문재인 의원은 밝혔다. 이어 그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개입이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그의 발언에 격분했겠지만 일부 '친박'과 임 비서관의 행동을 보면 그의 우려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인다.
이번처럼 여야가 뜨겁게 맞붙었던 지방선거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팽팽함이 느껴지는 지방선거 초반이다. 사활을 건 여야의 대결, 선거의 공정성 여부는 선거결과와 함께 지켜보아야 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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